‘살인→복역→살인’하고도 사형 선고에 박수친 60대…교화되지 않는 흉악범[안현덕 기자의 LawStory]

재범위험성 높고…또다른 피해자 양산 가능성 무시 못해
재판부 “최고형 마땅한 범죄자에 사형 선고…법관 책무”
사형선고에 “검사 놈아 시원하제?” 반성 태도 보이지않아
교도관 폭행·폭력조직구성 이어 ·살인미수에 결국 살인해
‘치료감호’에도 재차 살인…전문가 교화시스템 재점검해야
인권적치료의 보호수용제 도입 등 교정 패러다임 변화 절실


남의 생명을 앗아간 죄로 12년 동안 수감됐다가 출소한 뒤 1년 2개월 만에 다시 살인을 한 60대에게 법원이 사형을 선고했다. 그는 2004년 살인미수를 시작으로 4번의 살인·살인미수를 저질렀다. 게다가 수감 기간 중 약 9개월 동안 치료감호 조치됐다. 재범 위험성을 낮추는 등 치료·교화가 이뤄졌으나 실상 효과는 미미했던 셈이라 치료감호 등 현 교정시스템에 대한 대대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97년 12월 이후 실제 집행이 되지 않아 이미 사형제가 유명무실해진데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살인 등 흉악범들이 출소하기 전에 ‘사회로 다시 복귀해도 되는지’를 판가름할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창원지법 형사4부(장유진 부장판사)는 24일 살인,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A씨(68)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반성과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고,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게 판결 이유였다. 또 “무기징역을 선고할 경우 가석방의 가능성이 열려 있어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한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사유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생명의 절대적 가치를 전제로 하는 이상, 국가에 의해 인간의 생명이 박탈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거나, 사형의 범죄 예방 효과가 크지 않고 오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돼 왔다”며 “비록 법관이 인명의 존중과 인권의 보호를 중요한 사명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행 법제상 사형 제도가 존치돼 있고, 그것이 합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상,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이 규정돼 있는 범죄에 대해 최고형으로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에서는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법관으로서의 책무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3월 경남 창원시 한 주거지에서 동거녀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경제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두 사람은 A씨 출소 이후 만나 교제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금전 문제 등으로 다툴 때마다 A씨는 팔·다리에 멍이 들 정도로 B씨를 폭행했다. 휴대전화기를 파손하는 등 폭력적 모습도 보였다. B씨는 A씨와 헤어질 것을 고민했다. 하지만, 그가 본인이 ‘조직폭력배다’라며 협박해 이별하지 못했다. 결국 A씨가 휘두른흉기에 B씨 목숨을 잃으면서 법원이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A씨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형 선고에 웃음을 터뜨리거나 머리 위로 손뼉도 쳤다. 퇴청할 때는 “검사 놈아 시원하제?”라고 조롱했다. 공판 과정에서도 ‘검사 체면 한번 세워 달라. 시원하게 사형 집행을 한 번 딱 내라’라거나 “재판장님도 지금 부장판사님 정도 되시면 커리어가 있습니다. 사형 집행도 아직 한 번 안 해보셨을 거니까, 당연한 소리라 믿습니다”라는 등 검찰 수사는 물론 재판 과정까지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선고에 앞서 제출한 소원서(내용 증명)에서도 ‘검사놈이나 검사 서기놈이나 사형 구형한 부분에 있어 두 놈이 잠도 못자고 선고 사형 나오길 목숨 걸고 학수고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재판장님들 세 분께서 이놈들 소원도 한 번 들어주시길 바랍니다’거나 ‘사람을 살해하고도 반성이나 뉘우침도 없이 법정에서 뻔뻔스러운 행동한 피고인에게 경종을 울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수많은 살인범죄자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피고인은) 생각합니다’라고 기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A씨와 같이 출소 후 재차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보호수용제도를 비롯해 현 교정 시스템에 문제를 보완한 방안이 없는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말 그대로 ‘사회에 복귀해야 하지 말았어야 하는 범죄자’가 다시 돌아와 살인을 저지를 만큼 보호감호 등 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A씨가 교도소에서 보낸 시간은 총 29년 8개월이다. 1970년 소년범으로 처음 교도소에 발을 들인 뒤에도 징역형 15회, 벌금형 8회를 받았을 만큼 사회보다는 교도소와 더 가까웠다. 특히 교도소를 제 집 드나들 듯 하면서 각종 범죄를 저질었다. 교도소에서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교도관들을 폭행하는가 하면, 폭력조직을 만들어 협박을 일삼기도 했다. 2004년 당시 동거녀 언니를 칼로 찌르는 등 살인 미수를 저질르고, 5년 뒤에는 결국 ‘알코올 중독자’라는 말에 화가 가 지인을 살해했다. 이후 이틀 동안 두 명을 더 살해하려다가 피해자들이 의식을 잃거나(사망했다고 오인), 도망치면서 미수에 그쳤다. 해당 사건들도 A씨는 징역 12년 선고받고, 수감됐다. 이 기간 중 9개월은 보호감호 조처가 이뤄졌으나, A씨는 복역을 마치고 나온 지 1년 2개월만에 다시 살인을 저질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교정행정의 문제는 ‘가둬두고 있는 동안에만 교정사고가 안나면 된다’는 과거식에 머무르면서 재소자들의 반사회성 등이 교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한 명의 보호관찰관이 관리해야 하는 사건이 150여건에 달하는 등 보호관찰제도도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대로 된 교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교도소 등 시설을 늘리는 동시에 소규모화해야 한다”며 “가석방 없는 종신제 도입에 맞춰 교도소 수를 늘리는 한편 교정 프로그램 시행도 소규모 단위로 진행시키는 한국 교정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범 위험성이 있는 범죄자에 대해 현재는 전자발찌나 보호관찰제도 하에 사회로 돌려보내고 있으나, 이른바 ‘모니터링’만으로는 개선·교화되지 않는다”며 “그만큼 사회 구성원의 안전을 위해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함께 재범위험성이 없어질 때까지 시설에서 치료받도록 하는 보호수용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두순 사건이나 전자발찌를 끊고 살인을 한 강윤성 사건 때도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현실화되지 못했다”며 “인권이라는 기준에 맞춘 치료가 이뤄지게 하도록 보호수용제도를 도입한다면, 재범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해 추가적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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