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주식시장 초미의 관심사는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었습니다. 높을대로 높아진 눈높이에 실적 발표 전부터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들썩였는데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도 훨씬 더 좋은 실적에 반도체 기업 주가도 상승 랠리를 이어갔습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강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직접적 수혜기업인 9만전자, 14만닉스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부풀어오르고 있습니다. 이번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엔비디아가 쏘아올린 국내 주식시장의 나비효과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엔비디아는 23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2024회계연도 2분기(2023년 5~7월) 135억 1000만 달러의 매출과 주당순이익 2.70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429% 증가한 수치입니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예상치를 훨씬 웃돈 엔비디아의 실적에 24일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주가 일제히 날아 올랐습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견고하고 향후 관련 시장이 커지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64% 상승한 6만 8200원에 거래를 마쳤고요. SK하이닉스는 4.22% 오른 12만 9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7월 27일 이후 가장 큰 오름 폭이었습니다.
엔비디아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에 더해 목표주가가 1000달러까지 제시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수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습니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습니다. 증권사 22곳이 예상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9만 1364원인데요. 현재 주가 대비 33% 높은 수준입니다. SK증권은 가장 높은 10만 원을 제시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는 14만 3273원으로 잡았는데 이는 현재 주가보다 18.5% 높습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를 무려 1조 원 가까이 순매수했습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1~23일 개인투자자 순매수 1위 종목은 총 9248억 원어치를 사들인 삼성전자입니다. 엔비디아발 실적 기대감에 10~22일에는 8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펼치기도 했고요.
주목할 만한 점은 개인투자자들이 월별로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게 올해 들어 이달이 처음이라는 사실입니다. 개인들은 반도체 불황기, 감산 결정,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올 들어 지난달까지 한 달도 빠짐 없이 삼성전자에 대해 ‘팔자’에 나서며 총 10조 5818억 원어치나 팔아치웠지만 AI 반도체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이런 기조를 바꾼 셈입니다.
이에 더해 상반기 증시를 휩쓸었던 2차전지주가 최근 조정을 겪는 점도 반도체에 자금 유입이 활발해진 배경으로 꼽힙니다. 2차전지 대표주로 분류되는 에코프로비엠(247540)과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는 이달 들어 23일까지 22.79%, 14.02%나 하락했고요. 포스코홀딩스에 대한 개인 순매수 금액도 지난달 4조 5231억 원에서 6179억 원으로 크게 쪼그라들었습니다.
AI와 이를 떠받치는 반도체주가 각광을 받자 관련 ETF에도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습니다. KG제로인에 따르면 7월 24일부터 이달 22일까지 국내 반도체 ETF 7종에 총 5340억 원이 순유입됐습니다. 올해 연간 순유입 금액인 9837억 원의 절반 이상이 최근 한 달간 들어온 것입니다.
‘미래에셋 TIGER Fn반도체 톱10 ETF’에 최근 3개월 사이 1560억 원이 유입됐고 ‘KBSTAR 비메모리반도체 액티브 ETF’(1337억 원), ‘삼성 KODEX 반도체 ETF’(1095억 원)에도 각각 1000억 원 이상이 들어왔습니다
지지부진했던 수익률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 KODEX Fn 시스템반도체 ETF’의 최근 한달 수익률은 -6.13%를 기록했지만 일주일 수익률은 1.94%로 상승 전환했고요. KBSTAR 비메모리반도체 액티브 ETF도 같은 기간 -2.55%에서 3.63%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AI열풍에 일제히 상승했던 반도체 관련주들이 차익실현 매물로 7월 중순부터 조정을 받다 엔비디아발 훈푼에 다시끔 뛴 것입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개발에 많이 필요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한다는 소식도 반도체 섹터에 기대감에 불을 지폈습니다. 엔비디아·삼성전자 등 대표 반도체 기업 4종을 담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ETF’는 지난해 11월 상장한 지 고작 9개월여 만인 이달 22일 순자산(1036억 원)이 10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수익률도 연초 이후 66.72%를 기록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