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흉기난동' 전직 요리사 "속상해서 그랬다" 오열…구속 기로

오늘 구속 여부 결정
"남 해칠 의도 없었다"

주말 저녁 주택가 한복판에서 양손에 흉기를 들고 소란을 피운 30대 정모 씨가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말 저녁 주택가 한복판에서 양손에 흉기를 들고 소란을 피운 30대 남성이 구속 기로에 놓였다. 이 남성은 법정을 빠져나오면서 “잘못했다”고 말하며 오열했다.


서울서부지법은 28일 오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30대 후반 남성 정 모 씨에 대해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진행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오후 결정될 전망이다.


정 씨는 법원에 출석하며 “다른 사람을 해할 의도가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심문을 마치고 법정을 나오면서는 “제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게 너무 속상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죄송하다”고 말하며 오열했다.


정 씨는 “금전 문제로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니라 속상해서 (그랬다)”며 “엄마가 나를 못 믿어서 무속인한테 300만 원을 갖다줘 너무 속상해서 술을 마시고 풀려 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소리를 질렀는데 시민이 신고했다. 경찰이 너무 많이 와서 겁에 질려 그랬다”고 말했다.


검거 당시 흉기를 8개 갖고 있었던 데 대해선 “요리사라서 어쩔 수 없이 가지고 다닌다”고 답했다.


조울증 약물 치료를 중단한 이유로는 “정신질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택배기사나 대리기사 일을 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양손에 흉기를 든 남성이 경찰과 대치 끝에 제압 당한 26일 저녁 사건 현장인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한 주택가가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서울 은평경찰서는 전날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 26일 오후 7시 26분께부터 오후 10시께까지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6층 짜리 빌라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양손에 흉기를 들고 자해하겠다며 경찰을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정 씨가 흉기로 자신의 목과 가슴을 겨누며 자해하겠다고 위협함에 따라 테이저건(전기충격기) 등 진압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대화로 설득한 뒤 2시간 40분 만에 제압했다. 설득 과정에서 정 씨 요구대로 소주와 치킨을 사다 주기도 했다.


경찰은 정 씨가 양손에 든 흉기 2개와 가방 안에 있던 6개 등 모두 8개의 흉기를 압수했다. 정 씨는 “10년 전 요리사로 일해 칼이 여러 개 있고 낚시에 쓰려고 차량에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혼자서 술을 마셨고 자해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정 씨는 4년 전 조울증을 진단받았으나 현재는 약물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고 범행 당일 다른 사람과 시비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