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의 불법대북송금 의혹에 연루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지연될 전망이다. 이 전 부지사의 기존 변호인들이 잇따라 사임하며 새로 선임된 변호인들이 방대한 수사 기록과 재판 내용을 파악하는 데만 상당한 시일이 걸릴 예정이다. 검찰은 주 2회 공판 등 신속한 재판을 요청했다.
29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신진우 부장검사) 심리로 열린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 44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측은 “다음 주까지 사선 변호인 1~2명을 선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수사 및 공판 기록이 방대하기 때문에 사선 변호인이 선임되더라도 변호사 1~2명으로 어느 정도로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선 변호사 선임으로 인해 곧바로 국선변호인 (지정을) 철회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사선 변호사 선임 시에도 국선변호인과의 역할 분담 등의 논의를 통해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라는 설명이다.
실제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된 수사기록은 5만 여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40여 차례가 넘는 재판을 이어온 만큼 공판기록을 파악하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전 부지사와 5~6차례 접견을 이어온 김광민 변호사도 “사건 기록이 방대한 만큼 기록을 복사하는 데에만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며 “이 전 부지사도 변호사 선임이 늦어지는 것을 사법방해로 재판부가 판단할까봐 상당히 불안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해광의 서 모 변호사는 검찰에 회유됐다는 이유로 이 전 부지사의 부인 백 모 씨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 전 부지사는 법정에서 오랜 시간 사건을 맡아온 서 변호사의 조력을 원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결국 서 변호사는 직전 재판에서 사임했고, 재판부는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배정했다. 현재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단 선임은 백 씨가 도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와 아내 백 씨가 성균관대 출신인 만큼 동문을 중심으로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검찰 측도 재판 지연에 우려를 표하며 현재 주 1회로 진행되던 재판을 주 2일로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검찰 측은 재판에서 “변호인 선정 문제 때문에 진행이 더뎌지며 재판 지연 우려가 굉장히 많이 있다”며 “(이 전 부지사의) 구속기간 만기일이 촉박한 상황에서 국선변호인을 추가로 보강해 줬으면 한다. 사선 변호인 선임도 기약이 없는 만큼 주 2회의 공판 기일을 잡아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예정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에 대한 증인 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