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플랫폼에 AI모델 100여개…구글 "클라우드 판 뒤집을것"

◆4년만에 오프라인 행사…구글 '넥스트23' 가보니
개발자·관계자 1만8000명 몰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위상 실감
'버텍스 AI'에 경쟁사 모델도 들여
"유니콘 기업 70% 이상 우리 고객"
코파일럿 '듀엣AI' 기능도 개선
"이용료 월 30弗"에 주가 3%↑

2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클라우드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연례 콘퍼런스 ‘넥스트(Next) 23’. 평소 구글 연례 최대 행사인 개발자회의(I/O)에서도 캐주얼한 집업 차림을 고집하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빳빳한 흰색 셔츠에 짙은 색상의 정장 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그는 “비즈니스 리더들은 모바일로, 클라우드로, 또 인공지능(AI)으로 전환하면서 앞선 기술을 가진 곳과 파트너십을 맺고자 했다”며 “우리 일생의 모든 방면에 걸쳐 가장 큰 변화가 AI로의 전환이다. AI를 통한 혁신에 도움을 주는 일은 (빅테크의) 향후 10년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 팬데믹으로 인해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콘퍼런스에 1만 8000여 명의 개발자와 파트너사 관계자들이 몰렸다. 달라진 위상을 체감하는 부분이다. 시장조사 기관 AAG에 따르면 2019년만 해도 5%대 점유율의 만년 후발 주자였던 구글 클라우드의 점유율은 올 상반기 11%까지 올라섰다. 점유율뿐만이 아니다. 생성형AI 붐으로 얼마나 많은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느냐가 고객을 유인하는 제1요소로 부각되면서 생성형AI 생태계를 통해 구글이 판세 뒤집기를 적극 시도하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토머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가 클라우드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구글이 꺼내든 카드는 AI 생태계 구축이다. 구글 클라우드 고객용 플랫폼인 버텍스(Vertex)AI를 통해 고객들이 100여 개에 달하는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눈에 띄는 점은 자체 개발한 AI 모델 외에도 규모를 가리지 않고 경쟁사의 AI 모델을 들여왔다는 것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Llama)2’, 코딩 목적 AI 서비스 ‘코드 라마(Code Llama)’ 등 메타의 모델들을 비롯해 AI 스타트업 앤쓰로픽의 클로드2 챗봇 등 20여 가지 외부 모델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원하는 AI 모델을 이용하기 위해 개별 제조사를 찾아야 해 불편했던 이용자들이 버텍스AI에서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버텍스AI가 여러 AI 모델을 큐레이션해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편집숍처럼 기능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강형준 구글클라우드코리아 대표는 “생성형AI로 인해 클라우드를 주도하는 회사들의 판세가 바뀔 여지가 생겼다”며 “누가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오픈된 환경에서 제공하느냐가 차별화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글은 ‘AI 원조 맛집’인 만큼 승산이 높다”고 덧붙였다. 버텍스AI를 활용해 개발에 나선 이들은 이미 수십만 명에 달한다.



강형준 구글클라우드코리아 대표.

현재 확보한 AI 모델 외에 확장 가능성도 높다. 토머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는 “앤스로픽·캐릭터AI·타이프페이스 등 생성형AI 유니콘 스타트업의 7할 이상이 모두 구글 클라우드 고객”이라며 “투자받은 AI 스타트업 2곳 중 1곳이 구글 클라우드를 쓰고 있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날 AI 코파일럿 도구 ‘듀엣AI’ 기능도 대폭 업데이트해 선보였다. 듀엣AI를 통해 쉽게 코딩 없이 앱을 개발할 수도 있고 데이터 분석, 보안 운영 등도 가능하다. 구글에 따르면 이미 듀엣AI 이용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쿠리안 CEO는 “AI 도구 도입 후 평소보다 e메일을 보내는 건수가 30% 늘었다”며 “기술이 진짜 유용하다면 이용자들은 어떻게든 쓰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자 충성도가 검증된 만큼 듀엣AI의 경우 기업 고객 한 명당 월 30달러에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자 이날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모회사인 알파벳의 주가가 3%가량 올랐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토머스 쿠리안(왼쪽) 구글 클라우드 CEO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파트너십을 설명하고 있다.

하드웨어에 대해서는 이전과 달리 힘을 빼고 다소 개방적인 태도로 변모했다. 과거 AI칩 성능을 두고 날을 세운 관계였던 AI칩 강자 엔비디아와 손잡고 엔비디아의 대표 AI칩 H100을 탑재한 슈퍼컴퓨터 A3VMs를 다음 달 출시한다고 밝혔다. 그간 구글은 자체 클라우드와 자체 텐서프로세싱유닛(TPU) 시리즈로 수직 계열화를 도모해왔다. 이날 주요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엔비디아의 H100이 탑재된 차세대 AI 슈퍼컴퓨터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 될 것”이라며 “구글 클라우드에서 엔비디아의 GDX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구글 클라우드는 이날 업그레이드된 자체 AI칩 TPU v5를 선보였다. 이전 모델인 TPU v4와 비교해 훈련 성능이 최대 2배 개선됐고 추론 성능은 2.5배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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