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간 한 자리를 지켜 온 서울백병원이 31일 마지막 진료를 끝냈다. 1941년 일제강점기에 '백인제외과병원'으로 시작한 서울백병원은 이날 오후 5시께부터 병원의 외래, 응급실, 입원 등 모든 환자 진료를 종료했다. 서울 중구 내 유일한 대학병원이 없어진 것이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의결, 통과시켰다. 지난 2016년부터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병상수와 인건비 등을 줄이고 리모델링 등에 매년 30억∼50억 원을 투자했지만 도심 공동화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다. 지난 20년간 누적 적자는 174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중앙대 필동병원을 시작으로 2008년 이대동대문병원, 2011년 중앙대 용산병원, 2021년 제일병원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학원 측은 "새 병원 건립과 미래혁신데이터센터 운영, 수익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라며 "그로부터 창출되는 재원은 전부 형제병원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폐원을 의결한 인제학원 측과 이에 반대하는 교직원 간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폐원에 반발하는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폐원을 인정할 수 없으며 결정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부정 관련자들은 모두 처벌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립학교법과 법인 정관을 따라 대학평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교직원과 학생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사회 의결이 무효라는 주장이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와 일반 직원 등 260여 명은 이달 4일 서울행정법원에 폐원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정 공방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서울시도 서울 중구 유일의 대학병원인 서울백병원이 문을 닫을 경우 의료 공백이 우려된다며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쓸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폐원을 막진 못했다.
이미 상당수 직원들은 공식 폐원에 앞서 병원을 떠났다. 남은 직원들은 수도권과 부산 백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긴다. 의사(교수)를 제외한 간호사·행정직 등 서울백병원 소속 직원인 300명 가량은 지난 29일자로 모두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 등 형제병원과 다른 병원으로 발령이 났다. 당초 전원 부산 지역 전보를 추진했으나 내부 반발이 심해 수도권 지역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의사들의 근무지는 아직 협의 중으로, 오는 9월 중 결정될 예정이다.
학교 측은 "전보 대상 직원 중 40% 넘는 숫자가 상계·일산백병원 등 수도권으로 발령이 났다"며 "다른 지역 병원에 직원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내년 2월까지 통합발급센터를 운영하며 영상기록을 포함한 의무기록 사본 등의 서류를 발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