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늘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임기 반환점을 맞아 최고 수위의 대(對)정부 투쟁 방식을 꺼내 들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권은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국가가 져야 할 빚을 국민에게 떠넘긴다”며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키는 게 국가의 제1의무인데 국가는 어딨느냐. 책임도 지지 않고 사과조차 않는 무능하고 뻔뻔한 정부로 인해 국민은 ‘무정부 상태’를 각자도생하며 버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생 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 사죄와 국민 중심으로의 국정 방향 전환 △일본 핵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 쇄신과 개각 단행 등 세 가지 요구 사항을 윤석열 정부에 제시했다. 사실상 이 세 가지 요구 사항을 이행하기 전까지 단식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이 대표가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정국 흐름은 그에게 ‘위기의 9월’을 예고하고 있다. 검찰이 ‘백현동·쌍방울 의혹’ 등을 엮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준비하는 만큼 정기국회 시작과 동시에 체포동의안 정국 돌입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검찰이 추석 연휴 직전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밥상머리 민심’을 고려해 영장 청구 시점을 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단식을 중단할 이른바 ‘출구전략’이 안 보인다는 점도 과제다. 이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며 제시한 세 가지 요구 사항을 윤석열 대통령이 받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이 대표의 단식을 ‘방탄’으로 규정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조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 장관은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 선언이) 워낙 맥락 없는 일이라 국민들이 공감할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개인 토착 비리 형사 사건 수사”라며 “조사를 받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 대표가) 다른 방법이 마땅히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단식까지 하는 것 아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는 단식과는 별개로 최고위와 장외 투쟁 등 예정된 일정은 정상 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단식한다고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며 “검찰 수사 역시 전혀 지장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