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축구협회장의 기습 입맞춤에서 시작된 '키스 게이트'의 국면을 전환할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영국 신문 데일리메일은 스페인 여자 축구 국가대표 선수단의 버스 내부를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시상식에서 이른바 '키스 게이트'로 불리는 사건이 벌어진 직후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키스 게이트'는 당시 시상식에서 우승한 스페인의 루이스 루비알레스 축구협회장이 스페인 국가대표 선수 헤니페르 에르모소에게 기습 입맞춤을 해 논란이 된 사건이다. 이에 에르모소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루비알레스 회장의 성범죄 파문으로 확산했다.
이에 스페인 곳곳에서 루비알레스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 국가대표 선수단 등 선수 80명은 '루비알레스 회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대표팀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 역시 지난 29일 성명을 내 “스포츠계에 여성에 대한 심각한 성차별주의가 남아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코너에 몰린 루비알레스 회장은 이 논란을 두고 에르모소의 동의를 받은 행동이었다고 해명지만, FIFA로부터 90일 직무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는 31일 현재까지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반면 데일리메일이 공개한 영상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와 다소 다른 분위기였다. 영상을 보면, 입맞춤을 당한 에르모소가 휴대전화 속 한 사진을 보고 재미있다는 듯 웃어 보이는 모습이 담겼다.
에르모소가 보던 화면에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자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했을 당시 골키퍼였던 이케르 카시야스가 인터뷰 도중 여자 친구였던 기자 사라 카르보네로와 키스하는 사진과 이번 여자 월드컵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이 에르모소에게 입을 맞추는 사진이 나란히 배치돼 있었다.
이어 에르모소가 동료 선수들에게 "회장이 다가와서 이렇게 나를 안았다"고 설명하는 장면도 나온다. 또 루비알레스 회장이 선수단 버스에 오르자 스페인 선수들이 일제히 '키스'를 연호하며 즐거워하는 모습도 있다.
범죄 피해자가 24시간 내내 괴로워해야 한다는 '피해자다움'을 강요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하더라도, 이 영상을 보면 에르모소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영상을 공개한 데일리메일은 "이 영상은 성추행 혐의를 변호하려는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다이너마이트와 같은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범죄 혐의를 받는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유리한 증거가 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스페인 검찰은 루비알레스의 행위가 성범죄에 해당하는지 예비 조사에 들어갔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