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띄고 있지만, 전국의 미분양 수준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올 하반기 더 이상 분양시기를 미루지 못하는 현장들의 분양이 대거 예정돼 있는데다 대출금리도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분양시장이 사실상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각 지자체가 공개하는 6월 말 기준 미분양 현황을 자체 분석한 결과 분양률이 50% 이하인 단지가 전국에 최소 91개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5개로 가장 많았으며 부산 12개, 충남 9개, 서울·전남 8개, 대전 7개, 광주·경남 6개, 경북·울산 5개, 대구 4개, 충북·제주·강원 2개 등의 순이었다. 단지별 미분양 현황을 공개하지 않은 전북과 세종, 인천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이 중 1년 이상 미분양 상태인 단지가 절반에 가까운 40개에 달했다. 2년 이상 미분양 상태인 단지도 7개나 됐으며, 3년 이상은 5개, 4년 이상은 4개, 5년과 6년 이상도 각각 1개였다. 1채도 계약되지 않은 단지도 4개로 집계됐다.
하지만 실제 미분양이 심각한 상태인 단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률 공개를 거부한 단지가 약 200개이기 때문이다. 통상 분양률을 비공개하는 단지의 경우 분양률이 심각하게 낮은 만큼 전국의 미분양 상황은 이보다 나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분양률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공개된 구·군별 전체 미분양 가구수 등을 통해 분양률을 추산한 한 단지의 경우 계약된 가구 수가 0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최근 일부 단지가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이고 미분양 주택수가 줄어들며 분양시장이 살아나고 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경고한다. 이는 수도권이나 주요 광역시 중에서 입지가 뛰어나거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일부 단지에만 해당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미분양이 줄어든 것은 올 상반기 들어 분양물량이 대거 감소한 영향으로, 일종의 착시 효과라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6만 6388호로, 전월 대비 3.6% 감소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기준 분양은 전년 동기 대비 43.0%나 감소한 6만 6447호에 그쳤다.
하반기에 대거 분양이 예정된 것도 미분양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9월 예정된 분양물량은 3만5533호로, 올 들어 월 별 기준 가장 많다. 10~12월 분양물량도 총 8만 951호로, 올 상반기 전체 분양 물량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초 올봄 지방 광역시에서 분양하려던 한 단지를 다음달에 분양할 예정”이라며 “최근 분양 시장이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돌아선 만큼 시기를 더 늦추면 안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연초 대비 분양권 거래가 늘고 일부 현장에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는 등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많지만 공급이 많은 지역은 여전히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부동산시장 자체가 작은 호재나 악재에도 일희일비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분양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