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앱) 트위터를 인수하게 된 배경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아들이었던 트랜스젠더 딸과의 절연, 중독적인 승부욕 등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대한 실제 이야기'를 기고했다. 그는 이달 12일 출간되는 머스크의 전기를 집필했다.

아이작슨은 기고문에서 머스크가 트위터를 거액에 인수하고 엑스(X)로 이름을 바꾸는 과정의 전말을 상세하게 회고했다. 또 트위터를 인수하기 전 머스크의 심리 상태나 환경 등 인수에 영향을 끼친 여러 요인을 짚었다.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밝히고 ‘X’로 이름을 바꾼 방식을 보면 그가 회사를 충동적이면서도 막무가내식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이작슨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연이은 성공 이후 이른바 ‘게임 중독자’가 느끼는 것 같은 일종의 권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이미 큰 성공을 거뒀지만 그만둘 수 없는 중독 상태에 빠졌고 더 큰 자극을 찾아 트위터를 인수했다는 것이다.

그는 “항상 전쟁 상태에 있을 필요는 없지 않냐”는 아이작슨의 질문에 “나는 원래 카지노 칩을 테이블로 다시 올려서 다음 단계의 게임을 하고 싶어지는 사람”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시기는 머스크가 때맞춰 만기가 된 100억달러(약 13조2150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행사한 기간과 일치한다. 당시 머스크는 “은행에 돈을 그냥 두는 게 싫었다”며 “어떤 상품이 마음에 드는지 자문해봤는데 트위터라는 답이 금방 나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간 트위터에서 네티즌들과 거침없는 설전을 벌여왔던 머스크는 이 공간을 자신의 '놀이터'처럼 여겨왔다고 아이작슨은 전했다. 아이작슨은 "트위터는 놀림과 괴롭힘이 있는 학교 운동장의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며 "어렸을 때 당했던 것처럼 얻어맞는 일도 없는 데다 이 플랫폼에서 그는 '학교 운동장의 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어릴 적 기억이 머스크가 트위터에 집착하게 된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그렇게 경영권 이전을 하루 앞둔 지난해 10월 26일 샌프란시스코의 트위터 본사에 들어선 머스크는 사옥 곳곳에 붙은 새 모양의 로고를 보고 "이 빌어먹을 새들은 모두 없어져야 한다"고 선언했다. '정치적 올바름', '성 인지 감수성' 등을 강조하는 트위터의 기업문화에 대한 머스크의 평소 부정적인 인식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미국 사회가 진보 정체성을 강요하는 이른바 '깨어난 정신 바이러스(Woke mind virus)'에 감염됐다고 비판해왔다.

같은 날 머스크는 트위터 본사 내 캐비넷에서 '깨어있으라'(Stay woke)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찾아낸 뒤 트위터가 병들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때부터 트위터가 X로 바뀌는 계기다. 머스크는 트위터 CEO였던 파라그 아그라왈을 비롯한 핵심 임원진들이 트위터를 망쳤다고 판단해 이튿날 인수 일정을 기습적으로 앞당겨 이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아이작슨은 이를 머스크의 트랜스젠더 딸 하비어가 여성으로 성전환을 결정하면서 받은 상처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비어는 지난해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밝히고 법원에 소송 서류를 제출하고 성별을 여성으로 바꿨다. 이름도 어머니 성을 따른 비비언 제나 윌슨으로 변경하는 한편 아버지와 의절했다. 당시 하비어는 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나의 생물학적 아버지와 어떤 형태로든 연관되고 싶지 않다"고 언급했다. 머스크는 예전부터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서 구설에 휘말린 바 있다. 이때 머스크는 "하비어가 사회주의를 넘어 완전한 공산주의자가 됐고 모든 부자를 악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아이작슨에게 토로했다고 한다.

한편 하비어는 머스크가 작가 저스틴 윌슨과 사이에서 얻은 아들 5명 중 한 명이다. 머스크는 2000년 윌슨과 첫 결혼을 했으나 2008년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