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지만 물류창고다. 동시에 체험 공간이기도 하다. 쇼핑을 하는 소비자보다도 피커(장보기 전문사원)들이 더 많다. 수수께끼가 아니다. 서울 중구 이마트 청계천점 지하1층에 위치한 SSG닷컴 'EOS(Emart Online Store) 센터' 이야기다.
온·오프라인서 동시에 고객 만나
2일 찾은 EOS센터는 판매 공간과 물류 거점을 결합시킨 일종의 '하이브리드형' 시설이다. 이마트의 후방공간으로서 물류시설로 활용되는 동시에 상품을 집품(Picking)하고 포장(Packing)하는 자동화 설비를 소바자가 볼 수 있도록 매장 전면에 배치했다는 의미다.
층고 6.1m에 이르는 EOS의 천장부터 바닥까지는 컨베이어 벨트가 1.4㎞길이로 설치돼 있다. 소비자가 온라인 상에서 주문한 신선식품과 생필품은 이 레일 위에서 장바구니에 담겨 롤러코스터를 탄 듯 재빠르게 움직인다. 그 아래엔 여느 마트에서 볼 법한 매대가 상품을 가득 담고 오프라인 고객을 만난다.
물류센터 기능이 주를 이루는 만큼 많은 수의 현장 직원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신선식품의 경우 축산·야채 등 품목별로 구분된 7개 단위의 공간마다 3명의 피커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서둘러 뛰어다니는 부산스러운 모습은 없었다. 전체 작업의 70% 가량이 자동화돼있기 때문이다.
실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에 적용된 첨단 물류 기술은 EOS에도 접목됐다. SSG닷컴의 물류 시설은 자동화율을 80%까지 높인 네오와 이마트 내부 공간을 활용한 PP(Picking & Packing)센터로 나뉜다. 두 종류의 시설이 하루 최대 15만 건의 주문을 절반씩 맡아 처리한다. 이 둘의 특성을 모두 가진 공간이 EOS다. 김용운 EOS 운영총괄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해 PP센터의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네오처럼 자동화율이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나머지는 마트 재고 공유해 채워
EOS는 자체적으로 5000여 종의 상품 구색을 갖췄다. 이것만으로도 전체 주문 수요의 90% 이상을 도맡을 수 있다. 이곳을 포함한 각 지역의 물류센터는 각자 인근 지역의 특성에 맞춰 온라인에서의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을 집중적으로 구비해뒀다. 현장에서 서승환 EOS 지원팀장도 "닭가슴살이 가장 잘 나가서 위로 빼 놨다"고 귀띔했다. 센터가 아우르는 서울 중구와 종로구, 광진구 1~2인 가구의 수요를 분석해 반영했다는 뜻이다.
나머지 10%의 상품은 EOS와 연결된 지하 2층의 이마트 매장에서 올라온다. 이를 포함하면 전체 취급 상품은 4만5000여 종까지 늘어난다. 실질적으로 재고를 공유하는 셈이다. 대형마트의 인프라를 활용한 물류센터만의 장점이다.
이 시설은 지난 2020년 1월 리뉴얼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4958㎡(1500평)규모로 들어섰다. 일일 배송 능력은 4배 가까이 늘어 현재 일 최대 5000건의 주문을 소화한다. 작업자 한 명이 하루에 처리하는 배송은 40건 안팎이다. 생산성이 이전보다 약 60% 향상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SSG닷컴도 PP센터 대형화 집중
코로나19를 겪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e커머스업계는 올 들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상위 기업 위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특히 온라인 식품 부문에선 물류 서비스를 고도화해 온라인 장보기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이마트와 SSG닷컴은 전국 100여 점포에 위치한 PP센터 중 20여 곳 이상을 대형화해 물류 운영 능력을 향상시키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센터의 하루 처리 능력을 600건에서 최대 3000건까지 높인다는 전략이다.
EOS는 이런 대형화 작업의 시작점으로 평가된다. 시설에 대해 SSG닷컴 관계자는 “온라인 물류시설 네오의 라스트마일(물품이 배송되는 마지막 단계) 혁신을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공간”이라며 “EOS와 도심 외곽에 위치한 네오 운영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가 대형 PP센터로 빠르게 이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