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세수펑크에 외평기금 끌어쓴다

◆정부, 여유재원 20조 규모 일반회계로 전용
적자국채 추경 대신 기금 고육책
"외환시장에 잘못된 신호" 우려도




정부가 유례없는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기금 자금을 투입한다. 환율 안정에 쓰는 20조 원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까지 끌어와 세수 펑크를 막겠다는 구상이다. 빚을 내지 않고 세수 부족에 대응하겠다는 재정 당국의 고육지책이지만 불안정한 외환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불투명한 변칙 재정 운용의 선례를 만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1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제출된 기금운용계획안에 외국환평형기금채 20조 원을 조기 상환하는 내용을 담았다. 외평기금의 재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넘기고 이를 정부가 일반회계로 전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외평기금은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기금이며 공자기금은 ‘간편입출금통장’처럼 전체 기금의 여윳돈을 통합 관리하는 기금이다. 특히 국회 의결이 필요한 예산과 달리 기금은 지출액의 20% 내에서 정부의 뜻대로 편성할 수 있다. 공자기금에서 20조 원을 끌어다 올해 나라 살림에 쓴 뒤 내년에 20조 원을 외평기금에서 빼서 채운다는 의미다.


정부가 기금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부족한 세수 때문이다. 7월까지 국세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조 원 넘게 덜 걷혔다. 기업 실적 부진과 부동산 거래 감소로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모두 급감한 탓이다. 올해 세수 부족분이 6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우선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불용’으로 버티고 있지만 세수 부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눈을 돌린 곳이 공자기금과 외평기금이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빚을 내지 않고 세수 부족을 메우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신의 한 수’라는 평가와 함께 장부 내 ‘돌려막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공존한다. 특히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외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평기금에 손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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