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전통적인 핵심 무기인 가전을 넘어 에너지, 냉난방 공조 등을 망라하는 ‘스마트 홈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전 회사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244억 달러(약 32조 2400억 원) 규모를 갖춘 ‘본고장’ 유럽 빌트인 시장에서도 최고 수준 기업으로 도약하기로 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2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3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빌트인을 포함한 혁신적인 생활 가전 기술과 앞선 에너지 기술, 차원이 다른 업(UP) 가전 등을 통합한 스마트 홈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가전 사업 전략을 밝혔다.
LG전자는 기존 가전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무형 서비스(논 하드웨어)와 기업 간 거래(B2B), 신사업 등 세 가지 성장 동력을 추가해 사업 범위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이번 IFA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 제품 중 하나인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는 LG의 프리미엄 가전뿐 아니라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 ‘써마브이 모노블럭’이 탑재돼 에너지 걱정 없이 ‘지속 가능한 주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류 사장은 “스마트코티지는 한국에서 먼저 출시될 것”이라며 “해외 시장에서도 유럽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사장은 유럽이 본고장인 빌트인 시장에서도 공략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유럽 빌트인 시장은 2022년 기준 244억 달러 규모로 글로벌 빌트인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기존 초(超)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에 이어 보다 대중적인 수요를 공략하기 위한 ‘매스 프리미엄’ 제품군(인스타뷰 오븐, 식기세척기, 후드 일체형 인덕션 등)을 공개하면서 점유율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류 사장은 이번 IFA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제품으로 독일 가전 브랜드 밀레가 출시한 ‘스타일러’를 꼽았다. 그는 “전혀 예상을 못 했는데 스타일러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스타일러 같은 신(新)가전을 시장에 혼자 알리는 건 애로가 많았는데 시장을 키울 수 있는 파트너가 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합의한 양 사 가전 연동에 대해서는 “고객 관점에서 보면 연결해야 하는 방향이 맞는다”고 말했다. 최근 양 사는 글로벌 스마트홈 플랫폼 협의체인 ‘가전연결얼라이언스(HCA)’의 표준을 적용해 연내 스마트홈 플랫폼을 통한 가전 연결을 목표로 협력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씽큐’로 삼성전자 가전을,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로 LG전자 가전을 각각 제어할 수 있게 된다.
그는 “고객이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해보면 당연히 씽큐에서 삼성 제품이 연결되면 좋고, 삼성 앱(스마트싱스)에서도 LG 제품이 연결되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