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국 경제위기의 정치경제학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부동산 위기 등 경제위축 불가피
당 통제 통한 '공동부유'론 한계
인민·국제사회 신뢰 회복 못하면
당 통치 합법성 위협 받을 수도


중국 정부의 의욕적인 리오프닝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졌다. 3대 경제 축인 소비·투자·수출 지표가 부진한 것은 물론 소비자물가도 30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공포마저 엄습하고 있다. 특히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부동산 분야의 디폴트 위기로 금융시장마저 위축되자 ‘차이나 피크론’을 넘어 본격적인 ‘경제위기론’까지 대두되는 중이다.


사실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서 부동산 개발 정책의 한계는 진작에 지적됐다. 중앙정부의 지도하에 지방정부가 부동산 개발 업체에 토지 사용권을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재정과 인프라 건설 비용 등을 충당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공급 과잉으로 거품이 꺼지자 이 자금은 악성 부채가 됐다. 해외 파생상품도 없고 자금 흐름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통제 범위에 있다는 중국 정부의 강변도 일리는 있지만 금융 분야로의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중국 정부가 과도한 경기 부양 자금 투입보다는 ‘질서 있는 정리’를 통한 구조 조정도 염두에 두고 있고 여전히 통제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위기가 경제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성장 엔진인 부동산 시장 침체와 국가 목표인 과학사회주의 달성의 핵심인 첨단 과학기술 발전마저 미국의 제약을 받는 상황이 계속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의 부재 속에서 당분간 중국 경제는 위축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지난 3년에 걸친 봉쇄식 코로나 통제의 후유증과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확대되는 청년 실업 등은 글로벌 수요 감소와 미국과의 갈등 증폭이 겹치면서 강력한 경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대응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 대외 개방 확대를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반(反)간첩법’이나 ‘대외관계법’을 시행해 경제활동 의지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이중성도 보인다.


문제는 ‘공동부유’를 기반으로 한 당 주도 시스템으로는 위기 탈출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통제와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진핑식 사회주의 현대화’ 시스템의 위기이기도 하다. 새로운 성장 동력 활성화를 통한 공동부유 추구보다는 당의 통제를 통해 기업과 산업에 대한 제재와 재분배 위주의 공동부유 추구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방에서 ‘시진핑 책임론’을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히 대내외적으로 민간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 위축은 불가피하고 단결과 투쟁을 강조하는 사회주의 경직성이 사회를 지배하게 되기 때문이다.


세계 2위 경제 규모로 글로벌 성장 동력의 30%, 공급망의 40% 내외를 담당하는 중국의 경제위기, 즉 ‘차이나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거의 없다. 중국 스스로도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담보하지 못하면 사회 안정 유지는 물론 공산당 통치 합법성까지도 위협받는, 중국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시장 주도 경제로 중국 인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세계적 국가로서 국제사회와 호흡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국가인 중국이 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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