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현행 청산결제 체계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2배가량 빠른 차세대 시스템을 다음달 4일부터 가동한다.
거래소는 4일 차세대 장내·장외 청산결제시스템인 ‘엑스추어 3.0 클리어링(EXTURE 3.0 CLEARING)’을 내달 초순 공식 선보인다고 밝혔다. 청산결제시스템에서 청산이란 주식·파생상품 거래 체결 이후 매수자와 매도자 간 품목·수량·거래대금을 확정하는 업무를 뜻한다.
결제는 청산을 통해 확정된 품목·대금을 매수자와 매도자의 계좌로 동시에 이전하는 작업이다. 거래소는 주요 증권사를 비롯해 한국예탁결제원·한국은행 등에서 더미 데이터(가짜 데이터)를 받아 이달 셋째 주까지 새 시스템을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거래소 측은 기존 청산결제시스템을 엑스추어 3.0 클리어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데이터 처리 오류를 최소하는 데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또 데이터 처리 속도가 기존보다 2배 더 빨라져 동시다발적인 증권사들의 매수·매도 요청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엑스추어 3.0 클리어링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리스크 요인 분석 시스템 △원화·달러 금리스와프(IRS) 등 장외파생시스템 △금·석유·온실가스 등 일반상품 시스템 등의 기능도 포함할 예정이다.
거래소가 청산결제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것은 2009년이다. 2014년 하드웨어 교체를 제외하면 14년 동안 줄곧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이에 증권 업계에서는 기존 시스템만으로는 상장 주식 수 증가,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한 새 금융 상품의 등장, 해외 거래 규모 확대, 토큰증권(ST) 제도화 등에 대응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거래소는 이에 2019년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하고 2020년 10월부터 차세대 시장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올 1월 프로젝트 1단계 결과물인 매매체결·정보분배 시스템 ‘엑스추어 3.0’을 가동한 데 이어 이번에 2단계 성과로 엑스추어 3.0 클리어링을 내놓게 됐다. 거래소는 당초 엑스추어 3.0 클리어링을 추석 후 첫 거래일인 내달 2일 공개하려다 정부가 이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자 그 시점을 이틀 더 미뤘다.
거래소 관계자는 “전자기기도 오랫동안 사용하면 성능이 떨어지듯이 청산결제시스템도 업그레이드할 시점이 됐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하려면 정보기술(IT)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4일은 내부적으로 지정해놓은 시스템 완료일”이라며 “증권사와 논의해 변경 날짜는 바뀔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