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일을 기리는 ‘공교육 멈춤(정상화)의 날’인 4일 상당수 교사들이 병가나 연가를 내며 교육 활동 차질이 현실화하면서 일선 학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위기다.
교장과 교감들은 출근하지 않은 교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 복귀를 종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북구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한 교사는 “병가를 내니 학교 교감에게 전화가 와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이 집단행동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데 그래도 병가를 쓸 것이냐는 취지로 말했다"며 “사실상 복귀하라는 압박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교장과 교감들이 교사들의 출근을 압박한 것은 교사들이 대거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해 정상적인 학급 운영이 어려워진 탓이다.
실제 성북구의 A학교는 교사 약 60명 중 40명이 병가와 연가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지역 B학교도 교사 약 60명 중 30명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서울 이외 지역도 상황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3년차 교사 김모씨는"오늘 아침 병가를 냈고, 담임교사 19명 중 13명이 병가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축 수업이든 뭐든 방법은 있었지만 학교가 학부모들에게 이와 관련된 안내를 하지 않고 있는데 학교의 관리 미흡”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교사들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법에 따라 징계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교사들이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무너진 교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상당수 교사가 학교에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지지하는 응원의 목소리도 뜨겁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감이 아침에 전화해서 끝까지 버텨줘서 고맙다고 말했다"며 “선생님의 열정을 응원한다고도 해 힘이 났다”고 했다.
연가·병가를 신청하거나 조퇴한 교사의 정확한 규모는 이날 오후 늦게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학교는 자리를 비우는 교사가 많아질 경우 교육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에 대비해 재량휴업을 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이달 1일 오후 5시 기준으로 파악한 결과 전국 30개 초등학교(0.5%)에서 임시휴업(재량휴업)을 계획했다.
교육부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재량휴업 학교 숫자는 당초 예상보다 줄었지만, 일부 학교는 단축 수업이나 합반·학년 통합수업 등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현장의 수업·생활지도 공백을 막기 위해 교육청과 직속 기관 직원 등 900명가량을 이날 일선 학교에 파견한다.
교육청은 교사들이 연가·병가 등을 내고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해 정상적인 학급 운영이 어려운 초등학교의 수요를 조사한 뒤 본청과 직속 기관 인력 300여명, 11개 교육지원청 550여명을 학교에 배치·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교육청과 직속 기관, 지원청 등에서 필수업무를 담당하는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장학사, 장학관, 교육 행정직원들이 현장에 투입된다.
장학사를 비롯한 교육 전문직원은 학습·생활지도 등 교육활동 전반을 지원하고, 교육 행정직원은 급식과 등·하교 안전 지도 등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돕는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서이초 강당에서는 '49재 추모제'가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린다. 행사에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임태희 경기교육감,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과 고인의 학교 선후배 등이 참석한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서이초 운동장에 시민들을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운영된다.
오후 4시 30분부터는 서울 국회의사당 앞 대로에서 집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