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유행 사이클이 굉장히 짧은 제품 중 하나예요. 최근 위스키가 붐이지만 프리미엄 전통주도 조금씩 주목받고 있죠. 과거 막걸리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소비자들이 다시 전통주에 주목하고 있는 지금, 맛은 물론 품질·스토리텔링까지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을 선보이며 전통주 시장을 크게 확장시킬 겁니다.”
전통주 플랫폼 ‘대동여주도’를 이끌고 있는 이지민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2027년까지 전통주 시장이 1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대동여주도가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전통주 시장이 16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것을 고려하면 약 4년 만에 6배 이상으로 덩치를 키우겠다는 포부다. 세계적으로 음주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조금 눈높이가 높은 건 아닌가 싶지만 이 대표는 “시장은 폭발적 성장을 눈앞에 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카카오메이커스 등과 협업해 다양한 전통주를 선보이고 있는데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완판되는 상품이 상당히 많다”며 “좋은 술에 대한 신뢰만 줄 수 있다면 고객들은 지갑을 여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애주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한영석 청명주’가 하루도 안 돼 준비한 2000세트가 동나고 한 병당 15만 원을 호가하는 ‘진맥소주 오크’도 한정된 300병이 완판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새로운 술을 선보이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신규 양조장도 부쩍 늘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전통주를 선호할지 나 역시 반신반의했던 시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지금껏 살 만한 술이 없었기에 팔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파인 다이닝이나 명절 선물에 어울리는 ‘프리미엄 전통주’를 꾸준히 선보일 수 있다면 1조 시장도 결코 큰 꿈은 아닐 것”이라고 자신했다.
2014년 설립돼 올해로 9년 차를 맞는 대동여주도는 국내 전통주 시장이 지금의 성장을 맞이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전통주 플랫폼을 표방하며 좋은 전통술을 꾸준히 소개하는 한편 정부와 함께 ‘찾아가는 양조장’ 서비스를 4년간 진행하며 오늘날 양조장 투어의 유행을 선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소개한 전통술만 2500여 종에 이르고 상품·브랜딩 컨설팅을 해준 양조장만 200곳이 넘는다.
특히 2020년부터 시작한 ‘한국술 테이스팅 리포트’는 대동여주도의 이름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회사는 전문가 5인이 우리 술의 향과 색·맛 등을 평가한 뒤 점수를 매기는 방식의 리포트를 매주 1회, 지난 3년여간 무려 100회 가까이 발행했다. 이 대표는 “위스키·와인처럼 우리 술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시작한 사업”이라며 “전문가 모두 일체 대가를 받지 않고 오로지 우리 술의 품질 향상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과거에는 명인이나 이미 이름이 알려진 양조장은 평가를 꺼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새로 내놓은 술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품질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전문가 조언은 무엇일지를 궁금해하며 먼저 술을 보내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전통주 시장 확대를 목표로 하는 대동여주도가 최근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팔릴 만한’ 매력적인 술을 직접 기획하는 일이다. 2021년부터 본격화한 ‘프리미엄 술 기획’은 샤인머스캣을 주재료로 양조장과 협업해 선보인 막걸리 ‘써머 딜라이트’, 갈기산포도농원과 손잡고 출시한 국내 최초의 비건 와인 ‘또다른시선’ 등으로 이미 현실화했다. 올해도 한국 1호 여성 브루마스터인 김정하 바네하임 대표와 함께 ‘더 라거 마스터스 컬렉션’이라는 프리미엄 수제 맥주를 선보이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대표는 10년 차를 맞는 내년에는 대동여주도가 엄선한 전통주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론칭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는 “남들 눈에는 느리게 보이는 사업 속도 같지만 결국은 모두 필요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저 전통술이 좋아서 시작한 대동여주도이지만 지금은 내가 평생을 함께할 일이라는 책임감이 있어요. 전통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도 이런 술이 있구나’ 하며 깜짝 놀랄 만한 술을 반드시 선보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