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우리는 그동안 너무 잘 참았다" 울분

국회의사당 대로 앞에 4만 여 명 결집
교육부 간담회에 "대화 아닌 교사 병풍세우기" 비판
"우리는 우울증 환자들이 아닌 잘 참는 사람들일 뿐"

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행사에 참석한 한 교사가 헌화하고 있다. 권욱 기자

"우리 교육은 9월 4일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아니,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9월 4일은 끝이 아닌 시작의 날이다. 대한민국 교사의 이름으로 우리는 오늘을 공교육의 정상화 시작의 날로 선포한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고 서이초 교사 49재를 맞아 대규모 추모 집회가 열렸다. 주말인 전날 역대 최대 규모인 20만 명이 모인 데 이어 평일인 이날에도 약 4만 명이 국회 앞 대로에 모여들었다. 국회의사당역 입구에서부터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낀 교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대절한 지역 버스들도 줄줄이 도착했다.



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 사전 행사에서 애도의 의미로 카네이션 헌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장형임기자

앞선 시위들과 마찬가지로 집회는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집회 근처 버스 정류장에는 종류별로 분류한 쓰레기봉투들이 줄지어 붙어있었고 교사들은 줄지어 입장하며 간격을 지켰다.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되기 전에는 숨진 서이초 교사를 애도하기 위한 카네이션 헌화 줄이 길게 늘어졌지만 어떤 혼란도 발생하지 않았다. 덥고 습한 날씨인 탓에 주최 관계자는 시위가 진행되는 내내 ‘몸이 좋지 않은 분은 손들어 주세요’ 등의 팻말을 들고 대열을 오갔다.


이날 추모 집회는 특정 단체나 노동조합의 개입 없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 모임에 의해 진행됐다. 이들은 오전에 개별적으로 추모 활동을 한 뒤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 행사를 진행했다. 집계 측의 사전 집계에 따르면 집회 참가자들 대부분이 초등교사로 파악된다. 다만 현장에는 중고등학교 교사, 유치원 교사, 예비 교원, 아이와 함께 온 학부모 등 다양한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경기도 죽백초등학교의 학생들이 직접 선정한 응원 문구 스티커를 티셔츠에 붙인 채 집회에 참가한 모습.장형임기자

특히 이날 경기 평택 소재 죽백초등학교의 학생들은 먼저 집회 참가 의사를 밝히고 자체 제작한 응원 티셔츠를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 모(13)군은 “담임 선생님께 (관련 뉴스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직접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생각보다 덥고 힘들지만, 참가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며 평소 선생님이 교실 분위기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느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이날 아이들의 인솔자로 동행한 김모군의 어머니는 “학부모 간담회에서 투표를 진행했는데 재량 휴일을 지지하는 비율이 90% 가까이였다”면서 “결국 징계 압박을 우려해 단축 수업으로 합의하고 학교가 끝난 뒤 다 함께 왔다. 우리가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응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들께서 감동을 받으시길래 놀라고 오히려 죄송했다”고 말했다.



4일 국회 앞 대로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장형임기자

'9월 4일까지의 우리들[추모]'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1부 집회에서는 고 서이초 교사의 지도교수였던 정영현 서울교대 교수와 사회자 발언, 묵념이 진행됐다. 이후 사회자의 선창을 따라 "진상규명이 추모다. 진실을 알고 싶다"와 "교권 보호 합의안을 지금 당장 의결하라"는 구호를 다 함께 외쳤다. 서이초 교사의 어머니가 쓴 편지를 대독하는 시간에는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이날을 상징하는 의미로 94초간 침묵을 지킨 뒤 2부 집회인 '9월 4일 이후의 우리들[미래]'이 진행됐다. 지금까지 진행된 1~7차 집회 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초등학교 교사는 물론 유치원, 중고등교사와 학부모,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발언자들이 과거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경험을 털어놓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날 자유발언에 나선 유치원 교사 A씨가 “이 자리에 선 것은 무언가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동료를 잃지 않기 위함이다”라며 “우리는 살고 싶다. 교사로 살고 싶다”고 말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날 주최 측은 성명을 내고 “다시는 어떤 교사도 홀로 죽음을 택하지 않도록 우리가 지킬 것이고, 우리가 바꿀 것”이라며 국회와 교육부의 행동을 촉구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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