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로 정년 연장’ 국회 논의 들어갈까…국민동의청원 3만명 넘어

한국노총, 지난달 16일부터 청원
15일까지 5만명 넘기면 국회 논의
고령화·연금수급 연령 불일치 해소
노인 빈곤율 1위…적정 소득 난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어르신들이 햇볕을 피해 무료급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 이상으로 늘리는 국민동의청원이 3만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동의청원은 기한 내 5만명을 넘기면 국회에서 본격적인 입법 논의가 시작된다.


5일 국회와 한국노총에 따르면 한국노총이 16일 청원한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연계한 정년연장을 위한 고령자고용법 및 관련 법률 개정에 관한 청원’은 이날 11시 16분 기준 3만683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 규정 상 청원서 공개 이후 30일인 15일까지 동의 수가 5만명을 넘기면 이 청원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회부된다. 심사에서 채택되면 국회 본회의로 상정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하루에 동의자 수가 약 3% 늘고 있다”며 5만명 달성을 낙관했다.


한국노총이 이 법안의 입법을 요구한 이유를 보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입법 활동 이유는 구체적으로 세 가지다. 우선 너무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이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동시에 생산연령인구 감소도 빠르다. 이런 변화는 노년부양비를 증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정년 연장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법정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 차이도 입법 활동의 근거다. 연금 수급개시연령은 2033년부터 65세로 바뀐다. 현행 정년 60세와 비교하면 5년이란 수급 공백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소득공백은 고령층의 생계비 부족와 노후 준비 어려움을 만들 수 밖에 없다.


특히 한국노총은 고령층의 빈곤을 법정 정년 연장 배경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고령층이 너무 많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60.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법정 정년이 이런 고령층의 수요에 비해 너무 낮게 정해졌다는 점이다. 이는 청년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고령층이 단순 일자리로 내몰리는 현상을 낳았다. 정년이 지난 고령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적은 점도 무관치 않다. 민간과 공공 일자리의 기본 틀은 법정 정년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0~64세 신규 임금근로자 86.3%의 일자리는 비정규직이었다. 이 때문에 해외는 정년과 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을 연동했다. 예를 들어 일본과 프랑스는 각각 65세, 62세로 일치시켰다. 미국과 영국은 법적 정년을 없앴다.


정부도 빈곤층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복지 혜택의 바로미터인 기준 중위소득은 내년 6.09% 인상됐다. 올해 5.47% 이어 2년 연속 최대 증가폭이다. 노동계는 고령층이 더 질 좋은 일자리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한국노총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 후 질 낮은 일자리로 이동 관행이 60대 비정규직을 확산하고 노인 빈곤 문제를 더욱 고착화했다"며 "법정 정년연장을 통해 퇴직을 늦춰 적정한 소득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