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갤러리 총출동·대기업 후원까지…'큰손' 사로잡는다

가고시안·페이스·하우저앤워스 등
국내외 갤러리 120여 개 프리즈 참여
키아프엔 국내갤러리 부스 200곳 열어
해외미술계 주요 인사 대거 방한 예고
국내 기업들 '광고 기회' 아낌없는 서포트
호텔·백화점은 다양한 협업상품 내놔

지난해 '프리즈 서울'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지난해 '키아프·프리즈 서울' 행사에는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돈 7만여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올해 행사는 6~10일 코엑스에서 열린다. 오승현기자

백남준의 'TV붓다'.

알렉스 카츠의 '토요일',

캐서린 번하드 ‘Bacterium Run’.

필립 거스턴의 'Combat I'.







방문객 약 7만 명·매출 규모 최대 6500억 원(추정). 지난해 9월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키아프리즈(키아프2023과 프리즈 서울)가 세운 기록이다. 한국 역사상 미술 시장이 가장 뜨거웠다는 2022년의 기록을 올해 다시 넘어설 수 있을까.


영국 최대 미술 장터인 프리즈(Frieze)와 한국 대표 미술장터 키아프(Kiaf)가 6일 VIP 관람을 시작으로 나란히 개막한다. 200여 곳의 국내 갤러리가 부스를 여는 키아프는 10일까지 열리는 가운데 수많은 작가와 갤러리들이 마지막까지 작품 준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우저앤워스를 비롯한 세계에서 가장 큰 갤러리가 총출동하는 프리즈는 키아프보다 하루 일찍 9일 막을 내린다.



세계 정상급 갤러리와 VIP 총집합…'절호의 광고 기회' 국내 기업 서포트 총력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행사는 모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프리즈에는 국내외 12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하는데 이 중에는 가고시안, 페이스,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 즈위너, 화이트 큐브 등 세계 정상급 갤러리가 모두 포함된다. 규모가 큰 만큼 국내 기업의 후원도 화려하다. LG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프리즈의 메인후원기업으로 활약한다. 특히 LG전자의 OLED TV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뉴욕과 파리 시절 걸작을 디지털 캔버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역시 프리즈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는 신세계 백화점은 한국의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담은 라운지를 꾸려 해외 고객을 맞이한다. 현대백화점은 토종 아트페어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키아프의 공식 후원자로 나선다.


이처럼 기업이 아트페어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미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아트페어의 낙수 효과 때문이다. 지난해 처음 동시에 열린 키아프리즈에는 국내외에서 총 8만 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며 화제가 됐다. 예상 규모를 훌쩍 뛰어 넘은 관람객 열기에 일부 방문객은 복도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전시를 보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프리즈 측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두 행사에서 판매한 총 작품 규모는 6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장소에 이렇게 수많은 해외 방문객이 단기간에 몰리는 일이 흔치 않은 만큼 주요 대기업들이 모두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2022년은 특수한 호황의 해…자산시장 위축 분위기지만 올해도 '기대감 커'

올해 키아프리즈가 지난해 수준의 성과를 낼 것인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기대는 크다. 지난해에는 미술 뿐 아니라 부동산, 주식 등 모든 자산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도 유행해 미술품을 구매하고 수집하는 게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거듭된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자산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미술품 거래도 줄어든 게 사실이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2023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1446억 원에 달하던 미술품 거래액은 올해 상반기 811억 원으로 56%나 줄었다. 경매에 출품된 작품 총 1만4851점 중 7724점만 낙찰됐다.


다만 미술계에서는 올해 역시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한 대형 갤러리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올해 역시 고객들이 지난해 수준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갤러리마다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프리즈 입장권이 있는데 모두 소진됐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이미 홍콩 뉴월드개발 오너가 3세인 에이드리언 청 뉴월드개발 부회장, 마크 글림처 영국 페이스 갤러리 대표, UCCA 뮤지엄 오너인 제리 마오(Jery Mao)와 홍콩 타이쿤 미술관 토비어스 버거(Tbias Berger) 관장 , 프란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 등 미술계 주요 인사와 컬렉터들이 대거 한국 방문을 예고했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되고, 중국이 해외여행의 문을 연 만큼 해외 ‘큰 손’ 관광객이 대거 행사장을 찾을 가능성도 높다. 호텔, 백화점 등 유통 기업이 높은 기대감을 표출하며 다양한 협업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행사 기간에는 전시가 열린 인터컨티넨탈 서울 호텔,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 등 인근 5성급 호텔이 모두 예약됐고, 방문객들이 주변 식당과 쇼핑몰 등을 방문하면서 인근 상권이 크게 활성화 됐다. 올해 역시 주최측은 삼청나잇, 한남나잇, 청담나잇 등 미술관과 갤러리가 밀집한 서울 내 지역의 야간 행사를 마련해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프리즈 서울 관람객의 관광소비액은 6109달러로 일반 외래 관광객 평균 지출 경비 4217달러 대비 50%를 더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일평균 관광소비액도 프리즈 서울 관람객의 경우 537 달러로 일반 관광객 169달러 대비 약 3.2배 높았던 것에 비쳐볼 때 아트페어 관람객은 일반 외래 관람객보다 짧게 머물지만 소비는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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