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있어 거시 경제를 살피고 이해하는 것은 늘 중요했지만 특히 최근에는 개별 기업 이슈나 미시적인 테마보다 거시 경제적 요인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항하는 정부와 통화 당국의 역할이 커지고, 강대국 간 경쟁이 심화하며 지정학적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장 중요했던 지정학적 요소도 이른바 ‘큰 정부(Big government)’라고 일컫는 정부 주도의 경제 정책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여름 약 3700억 달러를 지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의회에서 통과시켰고, 이는 관련 산업과 민간 기업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이른바 바이든의 ‘칩4(미국·한국·대만·일본)’ 동맹도 유사한 맥락에서 형성된 것이다. 이처럼 당분간 경제의 회복 탄력성과 국가 안보가 경제적 효율성보다 우선시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정학적인 패권 경쟁의 영향은 아시아 지역에 예상 밖의 수혜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입지를 유지하면서도 공급망을 다른 국가로 다변화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같은 주변국들의 수혜로 이어진다.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에서 ‘승리한 기업’들이 나타날 수있다는 뜻이다.
또 최근 2년간 아시아 주요국이 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관리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재정 정책을 보수적으로 유지해 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아시아가 올 해 세계 경제 성장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 점은 아시아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에 유럽 등 서구권의 인플레이션은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보호무역주의와 노동 이동성의 저하로 임금 상승에 의한 근원(코어) 인플레이션 해결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제조업 부문에 저임금·숙련 노동자들을 무제한으로 공급했다. 그러나 이를 대체할 다른 시장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서구 노동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지 않는 한 적어도 내년까지는 물가 상승률을 2%대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최근 거시경제의 향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테마들을 파악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런 테마들 중 의미 없는 소음과 실제로 실행 가능한 투자 아이디어를 선별해 의미 있는 신호를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