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표 토너먼트 코스서 亞 최강자를 가린다

7일부터 나흘간 제39회 신한 동해오픈
7년 만에 영종도 오션코스 찾은 KPGA
김비오 “대회장 정해졌을 때부터 설레”

클럽72 오션 코스 전경. 오션 코스에서 KPGA 투어 대회가 열리는 것은 7년 만이다. 사진 제공=클럽72

신한 동해오픈은 국내 프로골프에서 유일하게 3개 투어 선수가 참가하는 대회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아시안 투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가을의 시작과 함께 찾아오는 다양한 별들의 제전. 각 투어의 자존심이 걸린 무대이기도 하다. 올해 대회는 9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 간 인천 영종도의 클럽72 오션 코스에서 펼쳐진다.



2만 관중을 쉽게 모으는 인기 대회인 신한 동해오픈은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갤러리를 받는다. 사진은 김태훈의 드라이버 샷 장면.

올해 제39회 신한 동해오픈엔 총상금 14억 원이 걸려있다. 이중 우승 상금은 2억 5200만 원.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갤러리를 초대한다는 점에서도 이 대회에 관심을 가진 골프 팬들의 관람 욕구를 자극한다.


신한 동해오픈은 2015년부터 7년 간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에서 열린 후 지난해에는 초대 대회와 신한금융그룹 창업 40주년을 기념해 일본 코마CC에서 치러졌다. 올해는 클럽72로 옮겼다. 새 사업자가 이름을 바꾸고 재개장하기 전까지 스카이72로 잘 알려졌던 골프장이다. 클럽72로 재탄생한 뒤 열리는 첫 프로골프 정규 투어 대회다.



신한 동해 빛낼 58타의 사나이들


지난달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LIV 골프 대회에서 버디 13개와 보기 1개로 12언더파 58타를 쳐 세계 골프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58타는 흔히 말하는 ‘꿈의 59타’보다도 1타 적은 비현실적인 스코어다.


세계 주요 정규 투어 대회에서 58타는 네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짐 퓨릭(미국)이 2016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4라운드에 작성한 게 전부다.


JGTO에선 두 번 나왔다. 2010년 이시카와 료(일본)가 한 번, 2021년 김성현이 한 번 기록했다. 이시카와와 김성현 둘 다 이번 신한 동해오픈에 나온다. 이시카와는 JGTO 통산 18승에 2009년 세계 랭킹 29위까지 올랐던 일본의 원조 골프천재. 2009년에 18세 80일의 나이로 JGTO 최연소 상금왕을 차지했고 아마추어 시절인 2007년에는 투어 첫 우승과 프로 전향 1년 만에 상금 1억 엔 돌파 등의 숱한 기록을 남겼다. 한물 간 스타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미쓰이 스미토모 비자 다이헤이요 마스터스에서 연장 승부 끝에 우승해 JGTO 통산 20승에 2승 앞으로 다가섰다.


김성현은 한국과 일본을 찍고 미국 진출에 성공한 PGA 투어 멤버다. 2021년 말부터 신한금융그룹이 후원하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2020년 월요 예선을 거쳐 KPGA 선수권을 우승했고 이듬해 일본 PGA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한일 양국 프로골프협회 선수권대회를 석권한 것이다. 58타는 일본에서 뛰던 2021년 5월 골프파트너 프로암 토너먼트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2개와 버디 8개로 작성했다.


PGA 2부 무대인 콘페리 투어를 거쳐 최고 단계인 PGA 투어에 2022~2023시즌 입성한 김성현은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보냈다. 32개 대회에 출전한 가운데 A급 성적으로 쳐주는 톱 25에 여덟 차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는 공동 4위에 오르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시즌 상금으로 약 153만 달러를 벌 만큼 견실한 첫 시즌을 보냈다. 김성현의 KPGA 투어 대회 출전은 지난해 6월 KPGA 선수권(공동 6위) 이후 14개월 만이다.




제네시스 포인트 1위를 달리는 이재경.

韓 자존심, 이들의 어깨에


KPGA 투어 주요 선수들 중에선 ‘영건 3인방’ 이재경, 최승빈, 정찬민을 주목하자. 1999년생 이재경은 올 시즌 제네시스 포인트 1위를 달리며 생애 첫 제네시스 대상을 바라보고 있다. 2021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자이면서 올핸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 정상 등극으로 ‘매치킹’ 타이틀까지 얻었다.


2001년생 최승빈은 상금 2위, 제네시스 포인트 7위를 달리는 ‘라이징 스타’다. 학창 시절 내내 학업과 골프를 병행해 ‘공부하는 골프 선수’로 불렸던 그는 올해 6월 데뷔 첫 우승을 국내 최고 전통의 KPGA 선수권에서 해냈다. 평범한 체격에도 320야드 장타를 날린다.


1999년생 정찬민은 올해 KPGA 투어 최고의 발견 중 하나다. 190㎝에 육박하는 키와 100㎏이 훌쩍 넘는 몸무게로 340야드 초장타를 뿜던 그는 올 들어 확 좋아진 정확도를 앞세워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을 제패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밖에 박상현, 서요섭 등 KPGA 투어를 대표하는 ‘빅 네임’들이 총출동해 ‘신한 동해의 사나이’ 타이틀에 도전장을 내민다.




일본 투어 간판 나카지마 게이타.

日 상금 2위, 亞 투어 간판 대거 출격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한 히가 가즈키(일본)는 DP월드 투어 대회 출전으로 올해 불참하지만 JGTO는 이 대회 2년 연속 일본 선수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차세대 스타 나카지마 게이타(일본)가 있기 때문이다.


2000년생 나카지마는 올 시즌 JGTO 상금 2위를 달리는 선수다. KPGA 투어 대회에서 한국 선수와 경쟁한 경험도 있다. 올 6월 일본 지바에서 KPGA 투어와 JGTO 공동 주관으로 열렸던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때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치다 양지호에게 져 1타 차로 준우승했다. 이번에는 무대를 한국으로 옮겨 양지호와 ‘리턴 매치’를 벌이게 됐다.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단독 5위에 올랐던 가와모토 리키(일본)도 온다. 하나은행 대회 마지막 날 ‘데일리 베스트’인 7언더파를 몰아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선수다.


아시안 투어의 기수는 미겔 타부에나(필리핀)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개인전 은메달리스트로 올 시즌 상금 랭킹 2위를 달리고 있다. 올 3월 인도 델리에서 열렸던 DGC 오픈 우승을 포함해 아시안 투어 통산 3승을 자랑한다. 시즌 상금 7위의 사돔 깨우깐자나(태국)도 있다. 지난해 1월 SMBC 싱가포르 오픈에서 김주형 등 2위 그룹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었다. 역시 아시안 투어 통산 3승을 올린 선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조우영(왼쪽)과 장유빈.

아시안게임 듀오, 그리고 박찬호


이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남자골프 국가대표로 나서는 아마추어 조우영과 장유빈도 신한 동해오픈에 출전한다.


아마추어 선수인 2001년생 조우영과 2002년생 장유빈은 그야말로 프로급 아마추어다. 조우영은 올 3월 KPGA 2부 스릭슨 투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데 이어 4월엔 정규 투어 골프존 오픈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예정됐던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선발전을 통해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임성재, 김시우, 그리고 장유빈과 함께 9월 28일부터 열리는 아시안게임 골프 종목 남자부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장유빈은 올해 스릭슨 투어에서 2승이나 올렸고 지난달 말에는 4타 차를 뒤집고 정규 투어 군산CC 오픈을 제패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두 선수에게 최종 기량을 점검할 기회를 마련했다”며 “한국 골프 발전과 우수 선수 육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진화’를 확인할 기회이기도 하다. 주최사 추천 선수로 프로 골프대회 여섯 번째 도전에 나서기 때문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4승을 거둬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박찬호는 지난해 5월 우리금융 챔피언십과 6월 SK텔레콤 오픈 이후 1년 3개월 만에 다시 KPGA 정규 투어 대회에 나오게 됐다. 박찬호는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이틀 합계 13오버파, SK텔레콤 오픈에서는 12오버파를 치고 컷 탈락했다. 첫 컷 통과에 도전하는 박찬호는 대회 개막 하루 전날인 6일에는 신한 동해오픈 스킨스 채리티에도 출전해 유명 연예인, 그리고 신한금융그룹 소속 선수 4명과 함께 기부금을 모은다. 스킨스 상금 전액은 박찬호장학재단 자선 기금으로 기부된다.



KPGA 투어 대회 첫 컷 통과에 도전하는 박찬호.


다른 곳엔 없는 ‘챔피언스 런치’의 맛


1981년 대회 창설자들은 재일동포 골프 동호인들의 고국을 그리는 마음을 대회 명칭에 담았다. 일본에서 고국을 보려면 동해를 바라봐야 하기에 대회 이름을 동해오픈으로 했다. 신한금융그룹이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 1989년부터 신한 동해오픈으로 열리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 초유의 순수민간자본은행인 신한은행과 제일투자금융, 신한증권이 공동 주최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신한 동해오픈엔 마스터스의 챔피언스 디너와 비슷한 전통이 있다. 챔피언스 런치다. 34회 대회가 열린 2018년부터 전년도 우승자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다음 해 갤러리 플라자에서 관객들에게 염가에 제공하는 전통이 새로 생겼다. 34회에는 33회 우승자 캐나다 교포 리처드 리 선수가 좋아하는 캐나다 음식인 푸틴을 선보였다. 35회 대회에는 34회 우승자 박상현이 가장 좋아하는 불고기 덮밥이, 36회에는 35회 우승자 제이비 크루거가 즐겨 먹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전통 음식 브라이가 제공됐다. 37회에는 김한별이 선택한 김치찜이, 38회에는 서요섭이 좋아하는 떡볶이가 제공됐으며 올해는 히가 가즈키의 오키나와식 소바가 갤러리와 선수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신한 동해오픈은 크고 무거운 트로피로도 유명하다. 2010년 26회 대회를 맞아 새롭게 제작한 뒤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무게 12.2㎏에 높이 71㎝, 지름 27㎝인 PGA 챔피언십의 워너메이커 트로피가 크고 무겁기로 유명한데, 신한 동해오픈 트로피는 지름과 높이는 워너메이커 트로피와 비슷하고 무게가 1.8㎏ 더 나간다. 2013년 29회 대회 시상식에서 당시 우승자인 배상문이 한 손으로 이 트로피를 들어 올려 갤러리들의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 대회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은 최상호(3회)가 갖고 있으며 한장상과 최경주, 배상문이 두 차례씩 우승했다.



LPGA 단골 코스, 남자 선수들의 공략은?


신한 동해오픈의 새 결전지인 클럽72 오션 코스는 대한민국의 대표 토너먼트 코스 중 하나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1년 간이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를 개최했다. 최나연, 양희영, 고진영, 전인지, 쩡야니(대만), 렉시 톰프슨(미국) 등이 이곳에서 트로피를 들었다.


오션 코스하면 여자 선수들의 경기가 골프 팬들의 뇌리에 남아있을 텐데 차원 다른 장타와 쇼트 게임을 선보이는 남자 선수들의 공략은 신선한 충격을 선사할 것이다.


오션 코스는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 디자인팀이 애초부터 국제 대회 개최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코스다. 대형 드라이빙 레인지가 인접해있고 갤러리 이동을 배려한 동선 배치, 방송설비 설치 편의 등 대규모 이벤트 개최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천국제공항 인근이라 해외에서 오는 선수들도 여러모로 편하다. 국내 선수들과 진정한 의미의 진검 승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인위적인 조경을 배제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살린 코스가 인상적이다. 또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에는 특유의 긴 벙커와 마운드가 많아 코스 공략을 까다롭게 한다. 기본 난도가 높아 도전욕을 자극한다. 페어웨이의 초종을 그린에 주로 식재하는 고급 잔디 벤트그래스로 최근 전환하면서 더 정교하고 부드러운 샷을 요구한다.


수만 명의 구름 갤러리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에 따른 불편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7홀 코스를 넣어도 될 만한 공간에 18홀만 만들었기 때문에 이동에 제약이 없다. 오션 코스는 애초 PGA 투어나 LPGA 투어의 토너먼트 조건에 맞춰 설계한 곳이다.


‘직관’ 팬들이 알아두고 가면 좋을 명당도 확실하다. 3번과 6번, 13번 홀 티잉 구역 주변과 16번 홀의 그린 주위다. 인접한 2~3개 홀의 플레이를 동시에 구경할 수 있는 ‘핫 스팟’이다.


스카이72로 운영되다가 운영자가 바뀐 뒤 올 4월 클럽72로 재개장했다. 총 길이 7204야드의 파72 코스로 선수들을 만난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국내 골프 팬들을 신한 동해오픈에 초대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며 “새롭게 선정한 도전적인 코스에서 서른아홉 번째 챔피언에게 우승컵을 전달할 날이 기대된다”고 했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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