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리즈 개막을 하루 앞둔 이달 5일 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과 이태원역을 잇는 이태원로 인근 한남동의 저녁은 평상시 경리단길처럼 나이트 라이프를 즐길 만한 공간이 많지 않아 주변보다 고요하다. 하지만 이날은 삼삼오오 모여든 젊은이들과 여기저기서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에 흥겨운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프리즈 위크(Frieze Week)’의 메인 행사 중 하나인 ‘아트 나이트’ 이벤트 덕택이다.
가장 흥겨운 곳은 리만머핀이었다. 미국 작가인 데이비드 살레의 개인전이 한창인 전시장은 갤러리가 준비한 다과와 와인을 든 젊은이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갤러리 준비한 파티를 즐기기 위해 모여든 MZ세대들로 주변은 저녁 내내 북적거렸다.
리만머핀 맞은편에 위치한 현대카드 스토리지 입구. 골목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지만 이곳 역시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장미셸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현대카드 스토리지는 전시를 진행하는 크리스티코리아와 현대카드 VIP 고객에게만 개방됐다. 같은 시간 나라 요시토모의 전시가 열리는 페이스갤러리, 리움미술관 등에서도 ‘한남 나이트’의 열기를 잇는 파티가 열렸다.
프리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프리즈 서울’ 기간 서울의 주요 갤러리에서 아트 나이트 행사를 펼친다. 밤 늦은 시간까지 관람객에게 미술관과 갤러리를 개방하는 프리즈 위크 행사다. 올해는 한남동·청담동·삼청동 세 지역에서 5~7일간 이벤트가 진행된다. 이 기간 전시 문화 공간은 오후 9~10시까지 관람객을 받고 일부 공간은 먹거리를 준비해 컬렉터(수집가)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파티를 열기도 한다.
한남 나이트의 바통을 이어받는 곳은 청담 나이트(6일). 청담동 갤러리들의 이벤트는 더 역동적이다. 청담역 9번 출구 쪽으로 나와 조금 걸으면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는 지(G)갤러리를 볼 수 있다. 지갤러리는 올해 청담 나이트를 위해 클럽 ‘링’ 소속 DJ를 초대해 디제잉 파티를 연다. 이 파티는 무료지만 프리즈·키아프 티켓 소지자만 입장할 수 있다. 지갤러리에서는 또한 올해 프리즈 ‘아시아 포커스’ 섹션에 참여하는 우한나의 전시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지점을 오픈한 세계 최대 갤러리 중 한 곳인 화이트큐브도 야간 개장에 참여한다. 도산공원 인근에 위치한 화이트큐브는 5일 단체전으로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최근 주목받는 신예인 이진주의 작품이 전시된다. 최근 인사동에서 청담동으로 터전을 옮긴 갤러리가이아는 김명진의 개인전과 함께 아티스트 사인회를 오후 8~10시 진행한다. 김명진은 올해 키아프 서울에서 차세대 작가 20명을 조명하는 ‘하이라이트’에 선정된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주변에서는 삼청 나이트(7일)가 열린다. 갤러리현대·학고재·국제갤러리 등 국내 대표 갤러리들이 야간 시간에 전시를 개방해 직장인들이라면 애니시 커푸어, 성능경 등의 작품을 퇴근 후 감상할 수 있다. 국제갤러리는 이 기간 커푸어 개인전과 양혜규 전시 등 굵직한 소속 작가의 전시를 동시에 개최해 MZ세대들이 낮부터 줄을 서서 관람하기도 한다.
안국역 인근 아라리오갤러리도 프리즈 행사 기간 오후 7~11시 갤러리를 개방한다. 인도 여성 작가 날리니 말라니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아라리오갤러리는 아라리오뮤지엄과 공유하는 작은 마당에서 7일 밤 샴페인과 맥주를 곁들인 파티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