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학폭 시달리던 여중생 극단적 선택했지만 학교는 진실을 외면했다

700단어 남지 유서에 '미안하다' 감사하다' 6~7번 적어
유족 "담임 교사 등에 학폭 알리고 간담 요청했지만 거부"

사진=이미지투데이

충남 청양에서 학교 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여중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A(14)양의 유족들은 딸로부터 학교폭력 사실 인지 후 담임교사 등 학교 측에 알리고 학부모 간담회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경찰과 교육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기숙사 생활을 하던 A양은 올해 초부터 일부 동급생으로부터 언어폭력과 따돌림에 시달렸다. A양 책상 위에 욕설을 가득 적어 놓거나, A양의 친구들까지 괴롭혀 A양을 멀리하게 해 ‘왕따’가 되도록 만들었다.


A양 부모는 지난 4월 학교 측에 ‘학부모 간담회 개최’를 요구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학교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학생 집단상담, 관계 회복 활동만 진행했다. A양의 아버지는 “교우 갈등이 해소됐다는 학교 측 입장과 달리 딸의 상황은 상담 이후 더 심해졌다”며 “극도로 불안해하며 울고, 등교를 거부하기 일쑤였다”고 밝혔다.


이후 학교 기숙사를 나와 집에서 통학하던 A양은 지난 7월 말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700단어 남짓한 유서에는 ‘미안하다’는 단어 7번, ‘감사하다’는 단어가 6번 적혀 있었다. A양은 “가족들이랑 더 오래 있고 사진도 많이 찍을 걸 후회한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할 말은 너무 많은데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바보 같은 딸이고 동생이었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제 편이 돼주셔서 감사했다”며 “언제나 지켜보고 있을게요. 사랑하고 감사해요”라고 적혀 있었다.


A양의 아버지는 “학폭위 개최 요청을 먼저 하지 않은 것은 이 학교 내에서 딸 뿐만 아니라 괴롭힘을 당한 학생들이 많아서였다”며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도 사실을 알리고 학폭 관련 대응을 하려고 했던 것인데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체 어떤 상담을 했길래 딸의 상황이 나빠진 것인지 궁금하다. 딸이 죽은 뒤에도 아직 학폭이 벌어지고 있다는 다른 학부모들의 전언도 있다. 지금이라도 철저히 조사해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다만 교육 당국은 해당 학교를 조사한 결과, 상담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나 사후 관리에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A양의 스마트폰 등을 토대로 학교폭력 여부를 확인하고, 담임교사를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과 동급생들을 소환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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