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여개 자개의 영롱함, 800년 지나도 그대로

◆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日서 환수
고려 나전칠기 진수 담긴 희귀유물
문화재청, 1년여 협상끝에 되찾아

6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가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사진 제공=문화재청

가로 33.0㎝, 세로 18.5㎝, 높이 19.4㎝ 크기. 상자 뚜껑과 몸체를 770 여 개의 국화넝쿨무늬 자개가 감싸고 있고, 뚜껑 윗면 테두리의 좁은 면에는 약 30개의 모란넝쿨무늬를 장식해 화려함을 더했다. 바깥쪽에는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맨 듯 연결한 연주(連珠) 무늬 약 1670개가 촘촘히 둘러싸고 있다. 상자에 사용된 자개만 해도 약 4만5000개에 달한다.


고려 시대의 뛰어난 공예 수준을 보여주는 유물로 최근 일본에서 회수된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모습이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3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인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6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나전칠기는 무늬가 아름다운 전복이나 조개, 소라 껍데기를 갈아 얇게 가공한 자개로 문양을 만들어 붙여 장식하고, 칠을 한 공예품을 뜻한다. 특히 고려의 나전칠기는 청자, 불화와 함께 고려 미술의 정수이자 최고 공예품으로 꼽힌다. 현재 남아있는 유물은 전 세계에 20건도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나전칠기는 나무로 만들어져 화재 등 손상에 약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2020년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합‘ 등 3점이 국내(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이번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이들 나전칠기 중에서도 최상위 국보급으로 평가된다. 국화꽃무늬를 감싼 넝쿨줄기는 C자 형태의 금속선으로 정교하게 표현했다. 국화꽃무늬의 경우, 중심원의 지름이 약 1.7㎜, 꽃잎 하나의 크기가 약 2.5㎜일 정도로 매우 작다. 꽃잎 하나하나에도 음각으로 선을 새기는 등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 썼다. 제작된 지 약 800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유물의 상태는 좋은 편이다.


문화재청과 재단은 약 1년 간의 노력 끝에 유물을 환수할 수 있었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일본의 한 개인 소장가의 창고에서 100년 이상 보관해 왔는데, 3년 전 이를 사들인 고미술 관계자가 지난해 재단 측에 연락하면서 존재가 드러났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구성 부분. 사진 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과 재단은 유물을 매입하기 전 국내에 들여와 지난 5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X선 촬영 등 유물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목재에 직물을 입히고 칠을 하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칠기 제작기법이 쓰인 점을 확인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양과 보존 상태가 고려 나전을 대표할 만큼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간 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유물”이라며 “고려 나전칠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환수 언론공개회'에서 문화재청 관계자가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세부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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