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돌아가기 번거로워서"… 만리장성 뚫어버린 中 인부들

중국인 인부 2명이 만리장성을 뚫은 모습. 중국 유위현 공안국

중국의 공사장 인부들이 지름길을 내려고 명나라 때 축조한 만리장성 일부를 허문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일(현지시간) 북경일보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최근 중국 산시(山西)성 숴저우 유위현의 만리장성에 속하는 ‘32 장성’의 토성 일부 구간이 훼손됐다.


현지 공안당국은 지난달 24일 장성이 훼손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후 대형 굴착기로 장성을 허문 정 모(38) 씨와 왕 모(55) 씨 등 인부 두 명을 체포해 형사 구류하고, 훼손 경위를 조사 중이다.


두 사람으로 인해 허물어진 장성의 폭은 차량 두 대가 교차 운행할 수 있는 너비였다. 중국 관영매체 CCTV는 이들이 ‘만리장성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혔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허문 '32 장성'은 주변에 32개 마을이 있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명나라가 북방 세력의 침입을 막기 위해 유위현 화린산 일대에 흙으로 쌓아 올린 만리장성의 일부다.


32 장성은 토성과 봉화대가 원형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산시성 내 만리장성 가운데 보존 가치가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국가급 명승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돼 있다.


정 씨와 왕 씨는 멀리 돌아가는 것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장성을 허물어 지름길을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 법에 따라 구금된 상태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만리장성 보호 조치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현지 매체는 산시성 북부 일부 지역에는 2021년 ‘산시성 만리장성 보호조치’에 따른 별도의 문화재 관리국이 없다고 보도했다. 또 관련 기능을 담당하는 문화 부서가 스포츠, 교육 등 기타 부서와 통합돼 만리장성 보호 업무는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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