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고엽제 살포 지역 민간인 피해 첫 확인…주민 85% 후유증 고통

파주시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 실태 조사
고엽제 살포 당시 대성동마을 주민 중 85% 후유증 확인
김경일 시장 "주민 고통 실체 밝혀진 만큼 한을 풀어야 할 때"

대성동마을 주민 만난 김경일 파주시장(왼쪽). 사진 제공=파주시

비무장지대(DMZ) 민간이 고엽에 살포 지역인 경기 파주시 대성동마을 주민들의 피해가 최초로 확인됐다. 파주시가 전국 첫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고엽제 살포 시기 대성동마을 주민 중 85%가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고엽제 휴유증 민간인 피해자에 대한 지원 조례'를 제정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시는 지난 7월 14일 민·관·정 관계자 11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발족한 이후 두 달 가까이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대성동마을에 거주하는 51가구 141명 중 고엽제 살포 당시 이 지역에 거주한 사실이 없는 6가구 12명을 제외한 46가구 129명이다. 시는 거주 시기와 질환 유형, 증상 등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뒀다.


조사 결과 고엽제 관련 법령에 따른 증상별 구분에 근거해 질환자로 판단되는 이들은 모두 51명으로, 이는 고엽제 살포 당시 대성동마을에 거주했던 주민 60명 중 85%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피해 주민 대부분이 현재까지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엽제 질환자 51명 중 중증질환자는 절반에 가까운 22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앓고 있는 질환으로는 당뇨병이 14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당뇨병은 2016년 정부가 발표한 고엽제 피해 5차 역학조사 결과에서 고엽제 고노출군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이 밖의 질환으로는 뇌경색이 4명이었고, 파킨슨, 피부암, 방광암, 간암 등이 각 1명이었다.


또 경증질환자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25명, 치매, 심혈관계, 피부질환 각 1명 순으로 나타났으며 2세 피해자도 1명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의 경우 피해지원에는 해당되지 않으나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살포시기에 함께 거주했던 부모, 조부모 등 직계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됐다. 그 결과 사망자 가족 구성원들 모두 평균수명보다 현저히 낮은 연령대에 폐암, 당뇨병, 뇌경색 등으로 사망했으며, 그 인원수가 3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성동마을은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조성된 마을이다. 미군 보훈부는 1967~1972년 남방한계선 일대 DMZ 지역에 경계 강화를 목적으로 고엽제를 살포했다. 주민들 대부분이 영문도 모른 채 폐암 등 각종 질환으로 고통받아왔지만 그 누구도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고, 정부도 책임을 외면해왔다. 뒤늦게 우리 정부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1993년 피해 보상을 위한 관련 법령을 제정했다. 하지만 지원 대상을 1967년 10월 9일~1972년 1월 31일 남방한계선 입접 지역에서 복무한 군인과 군무원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민간인들은 제대로 된 피해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경일 파주시장은 이번 실태 조사를 토대로 고엽제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의 길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는 올해까지 지원조례 제정과 피해자 신청접수, 심의 등 행정절차를 거쳐 내년 1월부터 피해 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게획이다.


김 시장은 “이제라도 대성동 주민들이 당한 고통의 실체가 밝혀졌으니 주민들의 오랜 한을 풀어드릴 때가 왔다”며 “민간인들은 법적 근거가 없어 정부에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빠른 시일 안에 법이 개정돼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 국회의원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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