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폰서 SK칩 나와…하이닉스 "거래 안했다"

외신 "中신형폰에 칩 공급"
마이크론 제품도 탑재 확인
하이닉스, 자체 경위 조사중
美조사 방침에 불똥 우려도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가 새로 내놓은 스마트폰인 ‘메이트 60 프로’에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등이 탑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는 즉각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의회가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간 기술과 관련한 공식 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미중 간 고래 싸움에 엉뚱한 국내 업체가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컨설팅 업체 테크인사이트의 분석 결과 메이트 60 프로 탑재 부품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인 LPDDR5와 낸드플래시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정보기술(IT) 매체인 디지타임즈 또한 “SK하이닉스 외에도 미국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가 화웨이 제품에 탑재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가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중국산 7㎚(나노미터·10억분의 1m)를 채용해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D램은 한국과 미국산 제품을 나눠 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LPDDR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용 기기에 들어가는 D램으로 전력 소모량을 최소화해 저전압으로 동작하는 게 특징이다. 이 제품은 SK하이닉스가 최신 개발한 LPDDR 5X(7세대)의 이전 세대 D램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앞서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보다 기술 수준이 높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나 기술을 중국에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한 바 있다. 특히 화웨이의 경우 2020년부터 미국의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있기 때문에 각종 반도체 제품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의 또 다른 스마트폰 업체인 오포 등이 SK하이닉스 등으로부터 LPDDR 5X 메모리를 공급받고 있는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 조치가 도입된 후 화웨이와 거래하지 않고 있다”며 “블룸버그 보도에 앞서 화웨이 제품에 자사 메모리 칩이 쓰였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미국 상무부에 사전 신고했으며 현재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공식 거래 채널이 아닌 이른바 ‘그레이마켓’에서 화웨이로 국내산 메모리반도체가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국내 업체가 미국 기업에 공급한 낸드플래시가 중국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내부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나 의회가 조사에 착수할 경우 우리나라 업체들이 또 다른 피해자라는 사실을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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