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수 약 160만 명으로 고용 규모가 미국에서 최대인 기업 월마트가 일부 신입 직원들의 시급을 낮추는 조치를 단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타 기업들이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 임금을 올려주던 채용 행태와 다른 행보로 일선 경제 현장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해소되는 신호라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 시간) 월마트가 올 7월 신입 직원에게 각 매장당 최저시급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급 구조를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월마트의 자체 최저시급은 현재 14달러다. 하지만 기존에는 계산원에게 시간당 15달러를 주고 신입 직원이라도 온라인 주문에 맞춰 물품을 담는 업무를 맡으면 16달러를 지급하는 등 업무에 따라 시급에 차등을 뒀다. 이를 없애고 신입 직원 모두 매장별 최저임금을 받도록 하면서 업무 유연성도 높인다는 게 월마트의 계산이다. 업무 간 시급 차이가 사라져 식품, 계산대, 온라인 주문 처리 등 각 업무에 직원들을 전환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정은 월마트가 올 1월 자체 최저임금을 시간당 12달러에서 14달러로 올린 지 6개월 만에 이뤄졌다. 당시 월마트는 경쟁사의 시급 인상 추세에 발맞춰 인력 확보를 위해 임금을 올렸다. 코리 탈로 제프리스 분석가는 “인력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게 예전보다 수월해졌다는 뜻으로 고용 시장 환경이 이제 고용주에게 유리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미국의 인력 부족 문제는 조금씩 나아지는 추세다. 실업자 1명당 채용 중인 일자리 수는 지난달 1.51대1을 기록했다. 2019년 팬데믹 이전의 1.2대1보다는 높지만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으며 지난해 3월 2대1에서 꾸준히 둔화되는 추세다. 미국 실업률도 7월 3.5%에서 전월 3.8%로 상승하기도 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고용 시장 둔화 추세를 환영하고 있다. 고용 시장 둔화는 인건비 상승을 막아 치과·미용실 등 서비스 부문의 인플레이션 완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준 3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한 콘퍼런스에서 현재 3.8%인 실업률이 몇 달 내 4%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이러한 실업률 상승에 대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대신 고용 시장이 망가지던 과거의 상황과는 다르다”면서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식의 논의는 이제 사라졌다”며 연착륙을 자신했다.
다만 임금을 둘러싼 근로자와 기업 간 힘겨루기는 시장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빅3(포드·GM·스텔란티스)와 임금협상을 진행 중인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이날 16% 인상안을 제시한 GM의 제안을 거부했다. UAW는 46%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협상이 14일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