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Frieze) 서울과 키아프 2023이 6일 서울 코엑스에서 동시에 개막했지만 두 미술 장터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영국에서 시작한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프리즈는 아시아는 물론 북미·유럽에서도 관람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지만 키아프 전시 공간은 다소 한산한 게 사실이다. 상당수 관람객이 3층에서 프리즈를 보고 난 후 1층으로 내려와 키아프를 감상하기 때문에 키아프 전시관은 오전보다는 오후 시간에 사람들이 몰리는 모습이다. 초보 아트컬렉터라면 프리즈보다는 키아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기 많은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을 차분하게 감상하며 중소형 작품을 발굴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박생광과 박래현. 한국 현대화에 기여한 대표 채색화 작가다. 올해 키아프(Kiaf)2023이 열리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에는 ‘그대로의 색깔 고향’이라는 제목으로 두 사람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단색화가 장악한 한국 미술계의 최근 분위기와 사뭇 다른 분위기의 두 작가 작품은 키아프2023의 주영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주영갤러리는 가나문화재단과 함께 이번 키아프특별전을 후원했다. 미술품 수집가라면 두 작가의 작품을 오랜 시간 수집해 온 갤러리 대표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초보 수집가에겐 키아프가 아니라면 얻기 힘든 기회다.
박서보 등 현재 국내에서 작품 가격이 가장 높은 작가들의 작품을 찾는다면 박여숙 화랑을 눈 여겨 봐야 한다. 박여숙화랑은 권대섭, 박서보, 김태호, 정상화 4인전 ‘침묵의 소리’를 준비했다. 박여숙화랑은 개막 첫 날 키아프 부스 중 가장 큰 성과를 낸 곳 중 하나다. 박서보의 ‘묘법’을 약 5억 원에 판매했다. 김창열, 전광영, 이강소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기관과 개인들이 사간 것으로 전해진다. 전시회가 열려야 볼 수 있는 현대 미술작가들의 작품을 동시에 감상하고 가격 정보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조현화랑은 이배, 김종학 등의 작품을 내걸었다. 이 중 숯으로 제작한 이배의 대형 작품은 2억 원 후반 대의 가격으로 첫날 판매됐다. 단색화 거장 윤형근(BHAK), 바디스케이프 작가 이건용(리안갤러리) 등의 작품도 키아프에서 볼 수 있다. 국내 여성 채색화 거장 이숙자의 작품은 선화랑과 청작화랑 부스에 걸렸다. 작가가 혼을 담아 한 톨씩 쌓아 올린 보리 작품은 1~3억 원 대로 판매된다.
장차 박서보, 이배의 뒤를 이을 ‘거장이 될 만한’ 작가를 미리 발굴하는 것도 국내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가는 묘미 중 하나다. 하지만 200개 이상의 갤러리가 모인 거대한 전시장에서 좋은 작품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작품을 구매하고 싶은 컬렉터라면 갤러리 관계자와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 작품 가격 뿐 아니라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 전시 동향 등을 두루 파악하면 작품의 미래 가치를 가늠할 수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써포먼트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작품 등 많은 갤러리에서 중소형 작품을 구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라이트 작가로 뽑힌 그림손갤러리의 채성필도 컬렉터들에게 주목 받고 있다. 키아프에는 작품을 전시한 작가가 자주 방문하기 때문에 직접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