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검은대륙이 말라갈수록 세계는 비옥해졌다

■본 인 블랙니스
하워드 W. 프렌치 지음, 책과함께 펴냄
아프리카와 무역에서 근대 태동
유럽, 노예 들여와 400년간 약탈
인력 뺏긴 대륙은 점차 열악해져
아프리카가 누릴 부 유럽으로 이전
'승자의 기록' 이면 진짜 역사 밝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역사 기록이 승자의 측면에서 기록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그런 단편적인 관점으로는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역사’를 알아보기 어렵다. 서구 중심으로 기록되어버린 세계사에서 여러 사실들은 편협한 시선에 의해 왜곡됐고, 역사의 진짜 주인공을 감춰 버렸다.


신간 ‘본 인 블랙니스’는 세계사의 중심에 아프리카를 위치시킨다. 특히 사하라 이남의 블랙 아프리카가 대상이다. 흑인 노예의 후손인 미국인 저자는 “대중은 아프리카에 전근대 역사가 없거나, 우리 세계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할 정도로 중요한 역사는 거의 없다고 믿도록 길들여졌다”고 고발한다. 저자에 따르면 헤겔에서부터 현대까지 서양 사상가와 정치가들은 아프리카 사회가 태고의 모습으로 최근까지 살아왔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역사를 배우며 아프리카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는 실제와는 다르다. 아프리카는 고대부터 유럽·아시아와 계속해 관계를 맺어 온, 역사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큰 비중을 가진 지역이다. 저자는 더 나아가 근대 세계가 아프리카에서 시작됐고, 아프리카에서 완성됐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이는 우리가 근대 세계의 시작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항해시대와는 전혀 다른 맥락의 이야기다. 대중은 대항해시대를 통해 아메리카를 발견한 것이 근대의 시작으로 알고 있지만, 책은 “근대성의 등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와 유럽의 만남을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고 서술한다.






근대는 1471년 포르투갈과 아프리카(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가 상업적 관계를 맺음으로서 태동했다. 말리 제국의 9대 황제인 아프리카의 ‘황금왕’ 만사 무사의 부를 목격한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아프리카를 침략하기 시작했다.


황금을 찾아간 아프리카에서 황금보다 더 귀한 것을 발견했으니, 그것은 바로 노예들이었다. 1444년 235명의 흑인 노예들이 최초로 포르투갈에 도착했고, 이로부터 역사는 바뀌기 시작했다. ‘검은 금’인 노예들은 ‘녹색 금’인 사탕수수와 ‘백금’인 면화를 만들어냈고, 침략자들만을 부유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약탈은 400년 넘게 이어졌다.



케냐 나이로비. 로이터연합뉴스

역사의 중심으로 여겨지는 아메리카를 개척한 것들도 흑인들이다. 역사학자들은 1200만 명 이상의 흑인 노예들이 아메리카로 건너가 신대륙에서 신세계를 건설했다고 분석한다. 노예가 된 흑인들의 평균 생존 기간은 노예가 된 후부터 7년에 지나지 않았다.


젊은이들이 노예가 되어 떠나가니 인구구조는 자연히 붕괴했고, 아프리카는 몰락해 갔다. 생활이 열악해지니 전쟁이 빈발했고, 이는 끝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졌고 대륙은 황폐화됐다. 아프리카가 당연히 누렸어야 할 부는 유럽으로 이전됐다.



케냐 나이로비. EPA연합뉴스

플랜테이션 농업과 분업화, 생산성 지표 측정, 대기업의 탄생, 자본주의, 신문 등은 모두 아프리카의 자원이 근대에 기여한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혀지고 있는 아프리카의 역할과 희생을 우리는 반드시 제대로 기억하고, 기념할 필요가 있다.


빌 게이츠가 올 여름 추천도서로 꼽은 책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에서 아프리카의 역할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3만 3000원.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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