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9.8㎜ 안에 400개 부품…미세공정 직접 수작업

[올림푸스 내시경 제조 공장 가보니]
신입부터 숙련공까지 교육 힘써
"입사 후 3년은 지나야 몸에 익어"
300종 제품 하루 15개씩만 제조
내년 AI 본격 도입…정확도 높여

아이즈 올림푸스 직원들이 7일 제조 공장 A동에서 위 내시경 제조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후쿠시마=김병준 기자

“제조 결함을 줄이기 위해 하루에 15개 이상의 제품은 생산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품질에 대한 타협은 있을 수 없죠.”(켄지 미츠오카 아이즈 올림푸스 공장장)


지난 7일 기자가 방문한 일본 후쿠시마현. 전 세계 내시경 70%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아이즈 올림푸스 제조공장에서는 파란색 방진복과 위생모를 쓴 젊은 직원들이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올림푸스에서 숙련공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 과정인 핀셋으로 초소형 렌즈를 짚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입사 후 적어도 3년은 지나야 공장에서 고정밀 기술이 몸에 익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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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는 지난해 8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압도적인 경쟁력의 배경에는 기술혁신과 제조공정 혁신, 두 가지가 자리하고 있다. 올림푸스는 지난 1952년 위 내시경을 개발한 이후 기술개발을 통해 직경을 끊임없이 줄여 나가고 있다. 최초 개발한 위 내시경은 직경 12㎜였지만 최신형 제품은 직경은 9.8㎜까지 줄었다. 업계에서 놀라워하는 점은 직경을 줄여 나가면서도 기능은 늘렸다는 점이다.


여기에 올림푸스는 독자 기술을 적용해 여러 특수광을 비추는 기능도 내시경에 탑재했다. 내시경 치료 중 출혈이 생기는 상황을 빠르게 감지하기 위해 특수광을 비춰 출혈 부분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다. 출혈 뿐만 아니라 암의 발견도 가능하다. 미츠오카 공장장은 “앞으로도 내시경을 더욱 얇게 만들면서 더 많은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즈 올림푸스 직원들이 7일 제조 공장 A동에서 위 내시경 제조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후쿠시마=김병준 기자

내시경의 직경은 9.8㎜에 불과하지만 무려 400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간다. 내시경은 렌즈가 달린 선단부, 삽입부, 처치구를 삽입하는 겸자구, 공기를 내보내는 기능 등을 조작하는 조작부로 이뤄져 있다. 올림푸스는 제조 공정을 모두 분업화하고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제품 결함을 큰 폭으로 낮췄다. 핵심 부품과 제조 시설은 모두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특히 올림푸스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도입해 생산라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미츠오카 공장장은 “회사 내 300여 종류의 제품이 있지만 어떠한 종류도 하루 15개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며 “도요타의 제조 방식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푸스의 혁신은 한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다는 ‘모노즈쿠리(장인 정신)’에서 비롯됐다. 약 2000명의 올림푸스 공장 직원들은 신입 직원부터 관리자급인 숙련공까지 끊임없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특히 숙련공의 경우 신입 직원들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교육훈련을 담당해야 하는 만큼 제조 메뉴얼을 반복해서 숙달해야 한다. 무려 20년 경력의 직원들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자가 만난 현장 직원들은 평균 연령 36세로 비교적 젊은 편이었지만 최소 18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베테랑들이었다.


올림푸스는 제품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부턴 진단 과정에 AI를 본격 도입해 진단 정확도와 편의성을 높여 나갈 예정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올림푸스의 내시경 솔루션을 도입한 곳은 7만 곳이다. 올림푸스는 5년 안에 이 중 20%의 병원에 AI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올림푸스는 인수합병(M&A)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최근 4년 간 6곳의 기업을 인수한 올림푸스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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