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낯 두꺼운 중국, 그래서 더 무섭다

진동영 산업부 차장


현지 시간으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폐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은 처음부터 끝까지 중국이 화두였다. 좋은 의미보다는 반대의 의미가 컸다.


LG전자 부스에서 한 무리의 중국인들은 신제품 주변에 머무르면서 제품을 만지고 살피며 스마트폰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무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은 후면을 찍기 힘들게 되자 전시된 제품을 들어 올릴 듯이 움직이기도 했다. 부스의 한 관계자는 “나중에는 거의 제품을 뜯을 듯이 하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이들은 참다 못한 LG전자 측의 제지를 받고서야 물러났다.


유럽에 기술력을 과시하듯 화려하게 꾸민 중국 기업들의 부스에서는 정작 국내 제품을 베낀 ‘짝퉁’들이 즐비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LG전자의 라이프스타일 TV 등 새로운 폼팩터(제품 외형)의 기기를 흉내 낸 제품들이 중국 기업들의 전시장에 자랑스럽게 전시돼 있었다. 국내 기업의 한 핵심 임원은 중국 업체들의 전시를 보고 느낀 소감을 묻자 “(자사 제품의) 카피 제품이 중국 업체에 쫙 깔려 있더라”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중국의 참가 기업은 1279개로 전체 참가 기업(2059)의 절반을 훌쩍 넘었지만 분명히 기대만큼의 혁신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커다란 부스마다 화려한 조명과 모델을 앞세우며 눈길을 끌었지만 거기까지였다.


이 같은 어설픈 실력을 보였음에도 오히려 중국을 견제해야 할 이유는 더 커졌다고 본다. 중국 업체들은 신기술 창출 경쟁에서 밀린 것을 부끄러워하기보다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베끼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렇게 뒤에서 지치지도 않고 따라붙다가 기회가 보이면 순식간에 시장을 빼앗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도 TV 시장에서 가장 큰 액정표시장치(LCD)를 내준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앞선 기술력과 새로운 시장 창출 능력을 뽐냈지만 중국 업체들과 격차를 벌리기는커녕 시장을 조금씩 내주고 있다. 국내 기업의 확장을 허락하지 않는 중국의 막대한 내수 시장 또한 두려운 점이다.


국내 기업들은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앞선 기술력과 새로운 폼팩터를 내세워 시장 우위를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바람직한 전략이지만 정작 중국 기업들은 전혀 불안해 하지 않는 느낌이라 꺼림칙하다. 중국의 한 기업 부스를 살펴보는데 참관단으로 온 10여 명의 중국인 중 한 명이 기자의 비표를 슬쩍 보고는 자랑스러운 건지, 비웃는 건지 모를 아리송한 웃음을 씨익 지어 보였다. 지금도 찝찝하기 그지없는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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