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혐의에 연루돼 9일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검찰을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제3자 뇌물 혐의 피의자 조사를 받았는데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 백현동 개발 의혹에 이은 다섯 번째 검찰 조사다. 이 대표는 이날 단식으로 인한 건강상의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구해 출석 11시간 만에 귀가했다. 그는 조서 열람 도중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됐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은 채 조서 날인도 하지 않고 퇴실했다고 한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은 다음 소환 조사 일정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는 검찰을 나서면서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내용으로 범죄를 조작해보겠다는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검찰이 근거 없는 정황들만 내놓았을 뿐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대북 송금 과정에서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와 수차례 통화했다고 증언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이 대표에게 대북 송금 사실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번복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구체적 진술을 거부하면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말로는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해놓고 시간을 끌면서 여론전을 펴려는 속셈에 따라 조사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은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며칠 전 윤석열 정권을 겨냥해 “국민의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한다”며 사실상 ‘탄핵론’을 편 데 이어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민주당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을 들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도 당장 해임하지 않으면 장관 탄핵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거대 야당이 ‘방탄 국회’라는 비판론을 물타기 위해 툭하면 ‘탄핵’ 운운하면서 국정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진정 ‘민생’을 살리려 한다면 검찰과의 말싸움을 멈추고 의혹의 진실 규명을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