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래 전력계통의 안정화 방안 '직류 전력망'

■이규섭 한국에너지공대 교수


한국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보급실적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21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은 전체의 8.29%에 달한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도 거의 10%에 가까워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에 따른 전력계통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20년 3월 신보령 1호기 정지에 따른 태양광 연쇄탈락으로 전력계통 주파수는 59.67Hz까지 떨어졌으며, 제주 지역의 풍력발전 출력 제한은 날이 갈수록 심화돼가고 있는 실정이다. 전력계통 안정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송전선로 건설이 필요한데, 다양한 사회 문제로 인해 육상에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나라의 지역 특성상 해상풍력과 같은 대규모 재생에너지는 비교적 인구밀도가 낮은 호남지역이나 동해안을 중심으로 도입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당 지역들은 전력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에 송전선로의 밀집도가 수도권에 비해 매우 낮다. 이러한 전력계통의 특성은 재생에너지를 설치하기 용이한 지역이 오히려 송전선로의 부족으로 수용성이 낮은 지역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을 야기한다. 이를 기존의 전력계통 보강 방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해안을 통해 호남지역과 수도권을 잇는 직류 고압 송전 기간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직류 기술이 송전망에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수용을 위한 핵심 기술로 사용되는 것이다.


수요자에게 직접 전기를 전달하는 배전계통에서도 직류 기술은 널리 활용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말 오픈한 HD현대 그룹의 글로벌 R&D 센터가 있다. 글로벌 R&D 센터는 내부에 교류 전기망과 직류 전기망이 혼재된 우리나라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AC·DC 빌딩이다. 실제 최근 사용되는 대부분 전자기기들이 직류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직류 전력망을 통해 전력을 공급한다면 더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대표적인 부하는 전기자동차다. 전기자동차의 보급 확대는 이미 가시화돼 있고, 이에 대한 충전 인프라는 배전계통에 더 많은 선로를 확충해야 하는 주요한 이유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미 포화돼 있는 배전계통에 추가적인 선로를 건설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배전계통에서도 직류 기술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를 중전압 직류 기술이라고 한다. 도심 배전계통 내에서 기존 교류 선로를 직류로 변경하면 같은 선로로 전달할 수 있는 전력이 최대 30%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전기자동차 충전 설비는 직류로 돼 있기 때문에 교류 배전망이 아닌 직류 전력망을 활용한다면 더 효율적인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를 갖출 수 있다. 이처럼 직류 기술은 대규모 전력계통의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높이는 용도 뿐 아니라 도심지역의 새로운 전력 부하를 수용하는데도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반도체 기술의 발전으로 아날로그 회로는 점차 디지털 회로로 변화했고, 이는 현대 사회를 이루는 모태가 됐다. 전력계통 또한 기존 교류 기반의 시스템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으며 직류 기술이 점차 이를 대체할 것이다. 직류 전력망이 도래하는 새로운 시대에서 우리나라가 기술을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