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전 방문진 이사장 해임 처분 효력 정지…20여 일 만에 업무 복귀

"재판에서 이기더라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남영진 전 KBS 이사장 해임 정지 가처분은 기각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 8월31일 오전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전 이사장이 제기한 해임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권 이사장이 업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남영진 전 한국방송(KBS) 이사회 이사장의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은 공익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11일 권 전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방통위가 지난달 21일 권 전 이사장에 대한 해임처분을 1심 본안사건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권 이사장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보수를 받지 못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금전 보상으로는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해 본안에서 이기더라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며 "해임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방송문화진흥회법은 이사에 대해 결격사유와 임기만을 규정하고 있고 별도로 징계절차나 해임사유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원칙적으로 그 임기를 보장하되 이사로서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와 같이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해임을 허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방송문화진흥회법이 추구하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이라는 공익에 더욱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21일 권 전 이사장이 MBC와 관계사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고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검증을 부실하게 했다며 해임을 결정했다. 권 전 이사장 측은 지난달 31일 열린 심리에서 "방통위의 해임 처분의 목적과 과정을 한마디로 말하면 견제와 균형 파괴"라며 "방통위가 언론의 견제를 받기 싫으니 숨 쉴 공간을 닫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전 이상장의 임기는 오는 2024년 8월 12일까지다.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지난 8월21일 오후 서울 용산대통령직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공영방송 장악 중단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남 전 KBS 이사장이 해임 처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이날 기각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이날 남 전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14일 KBS 방만 경영 방치와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을 들어 남 전 이사장의 해임을 제청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즉시 재가했다. 남 전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2024년 8월 31일까지였다.


재판부는 "남 전 이사장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해임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이 사건 해임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남 전 이사장이 잔여 임기 동안 직무를 수행할 경우 KBS 이사회의 심의·의결 과정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심의·의결 결과에 대한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어 공익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남 전 이사장은 KBS 이사로 2년간 재직하면서 경영실적 악화를 개선하기 위한 명시적인 안건을 심의·의결했다는 자료가 없고, KBS 이사회는 경영진을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경영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물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해임 처분의 효력이 정지될 경우 KBS 이사회의 심의·의결 과정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심의·의결 결과에 대한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고, 이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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