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매달 6만 5000원만 내면 서울시 내 버스와 지하철, 자전거(따릉이)까지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인천·경기 버스나 신분당선 등을 통해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할 때는 이용이 불가능해 효용성이 떨어지는 ‘반쪽 무제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월 2만~3만 원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수요를 유인하는 인센티브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11일 ‘월 6만 5000원’짜리 교통카드 하나로 서울시 내 지하철, 시내·마을버스, 공공 자전거 따릉이까지 원스톱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기후동행카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월 5만 5000원으로 한 달에 60회까지 탈 수 있는 지하철 정기권만 있었다. 일례로 한 달에 대중교통을 60회(9만 3000원) 이용하고 따릉이 정기권(5000원)을 쓰면 월 교통비가 9만 8000원인데 3만 3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실물 카드는 최초 3000원에 카드를 구매한 뒤 매월 6만 5000원을 충전해 쓰면 된다. 스마트폰 앱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 내에서 승하차하는 지하철 1~9호선을 비롯해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까지 모두 쓸 수 있다. 단 기본 요금이 다른 신분당선은 제외된다. 특히 서울에서 승차해 경기·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 하차하는 경우에는 이용할 수 있으나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지하철을 탈 때는 카드 이용이 불가능하다.
버스의 경우에도 무제한 탑승이 되는 서울 시내·마을버스와는 달리 경기·인천 등 타 지역 버스나 기본 요금이 상이한 광역버스는 서울 지역 내라도 이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반쪽짜리 무제한’이라는 비판과 함께 시민들이 혼선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과 타 지역 버스를 구분하는 기준은 ‘노선 면허’를 얻은 지역을 중심으로 하며 각 버스 노선 번호를 검색하면 해당하는 면허 지역을 확인할 수 있다.
공공 자전거 따릉이는 ‘1시간 이용권’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며 시는 향후 리버버스 등 새롭게 추가되는 차세대 친환경 교통 수단까지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시는 내년 1월부터 5월까지 시범 판매해 정책 효과를 분석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수도권 전체로 무제한 정기권이 확대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인천과 경기에서 받은 피드백이 부정적이지는 않았다”면서 “남은 시간 동안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인천과 경기도도 함께 정기권을 시범 운영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기후동행카드가 경기도와 인천까지 전면 확대되면 월 이용 가격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시는 이날 서울시의 일방적인 발표에 반발했다. 경기도는 “3개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도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아울러 정부가 내년 7월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는 K패스와 중복된다는 지적도 있다. K패스는 정부 차원에서 대중교통 요금의 20~53%를 할인해준다.
특히 무제한 정기권을 도입했을 시 서울교통공사나 버스 회사의 재정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시는 시범 운영 기간 5개월 동안 손실 규모가 7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손실금의 50%를 보전하기로 했다. 경기도의 경우 시스템 자체도 서울시와 다른 어려움이 있다.
서울시가 이처럼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을 도입하는 것은 가계 부담을 덜어주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버스 요금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300원 인상했고 지하철도 다음 달 7일부터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요금이 오른다. 시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에 따라 연간 1만 3000대 승용차 이용이 감소해 연 3만 2000톤의 온실가스가 감축되고 50만 명의 시민이 1인당 연간 34만 원 이상의 할인 혜택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시는 종사자 100인 이상 기업에서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해 임직원에게 나눠주면 교통유발부담금 감면 등 추가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