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컬리' 인스타카트, IPO 앞두고 기업가치 폭락

미국 1위 식료품 배달 업체
400억$ 육박하던 기업가치
100억$ 미만도 '감지덕지'

기업공개(IPO)를 앞둔 미국 식료품 배송 업체 ‘인스타카트’ 기업가치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인스타카트는 ‘미국의 컬리(마켓컬리)’로 불리며 한때 4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자랑했지만 유동성 축소 한파를 피할 수 없었다. 흑자전환에 성공한 인스타카트도 IPO 흥행 실패가 기정사실화되자 적자에 시달리는 컬리 등 국내 이커머스의 사업 전망에도 먹구름이 낀다.





1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PO를 앞둔 인스타카트가 기업가치 86억~93억 달러(약 11조5000억~12조4000억 원)를 목표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2021년 투자 유치 당시 390억 달러(약 52조 원)에 달하던 기업가치가 4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WSJ은 “성장 중인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인스타카트는 201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한 기업이다. 기본 사업 구조는 식료품 구매 대행이다. 앱으로 물품을 고르면 대신 장을 봐주고 배송해준다. 미국 내 8만 개 이상 매장에서 배송 서비스가 가능하고, 한달에 약 317달러(42만 원)를 쓰는 가입자가 770만 명에 달한다.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늘어난 15억 달러였고, 적자에서 순이익 2억4200만 달러로 전환하는 등 실적 또한 건실하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낮은 마진율이다. 인스타카트는 사업 기틀인 배송 부분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데다 주문 건수 증가세 또한 꺾이는 중이다. 대신 광고 분야가 성장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인스타카트가 배송에서 거두는 수익률이 매우 낮고, 광고로 손해를 메우고 있다고 추정한다. WSJ은 “금리가 오르면서 고성장 스타트업에 대한 평가가 떨어졌다”며 “인스타카트의 이번 IPO도 자금 조달보다는 직원들과 초기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흑자를 기록중인 미국 최대 식료품 배송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급락하며 국내 이커머스들의 IPO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인스타카트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컬리가 대표적이다. 컬리는 어려운 시장 상황에 연초 계획중이던 IPO를 연기한 상태다. 컬리는 상반기 매출 1175억 원, 영업손실 77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매출은 유사하고 손실은 36% 줄었으나 매출대비 손실 규모가 크다. 컬리 기업가치는 한때 4조 원을 웃돌았지만 현재 장외시장에서는 8000억 원 내외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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