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전남 영암군의 한 외국인지원센터. 캄보디아·네팔·태국·베트남 등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15명가량이 강의실에서 한국어능력시험(TOPIK·토픽) 수업을 듣고 있었다. 교사가 토픽 기출문제를 설명하고 학생들이 답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사의 질문에 자주 머뭇거리는 등 다소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수업 과정의 90% 이상을 한국어로만 진행하는 탓이었다. 교사가 이해를 돕기 위해 영어를 섞어 설명했으나 알아듣는 이는 많지 않은 듯했다. 10년 가까이 한국 생활을 한 빤빤냐(34·캄보디아) 씨 정도만 교사의 질문에 즉각 대답을 할 뿐 나머지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정부가 체류 외국인이 우리 사회에서 적응·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 통합, 이민자 조기 적응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회 통합 프로그램은 체류 외국인 ‘맞춤’ 교육으로 전국 341개 기관에서 실시 중이다.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한국어와 문화·경제·법 등 기본 소양 등을 가르친다. 이민자 조기 적응 프로그램은 외국인 등록 전 입국 초기 단계에서 이주 노동자가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정이다. 전국의 총 143개 이민자 조기 적응 프로그램 지원센터에서 우리나라의 기초적인 법과 제도 등을 가르치고 있으나 참여율은 높지 않다.
실제로 사회 통합 프로그램 참여자는 2018년 5만 639명에 이르렀으나 지난해 4만 2163명으로 줄었다. 올해 7월까지 참가자도 3만 8844명 수준이다. 이민자 조기 적응 프로그램 참여자는 2017년 9만 1938명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감소하며 지난해에는 2만 9552명에 그쳤다. 프로그램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전체적 교육과정 변화와 함께 참가자 유입을 위한 이른바 ‘당근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현장은 물론 학계에서도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박창덕 한국이민사회전문가협회 국제교류협력본부장은 “이주 노동자의 경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생업에 따른 임금으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야근이나 잔업 등까지 해야 해 사실상 정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여유가 없다”며 “이들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참여에 따라 체류 연장에 가산점을 주는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재운 대구대 다문화사회정책연구소장은 “우리 사회가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면 이들이 우리 말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현지 사설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비자를 받아서 입국하는 현 실정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의 한국어·문화 이해도가 떨어져 수요·공급자가 모두 힘든 ‘동상이몽’의 상황만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평생교육원과 같은 어덜트 스쿨(Adult School)을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면서 한 학기 최소 비용으로 이주 노동자들이 단계별로 언어·문화 등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세분화된 교육으로 이들 이주 노동자가 자연스럽게 대학 진학, 취업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나 국내에서는 아직 그런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과 함께 정보 부족도 이주 노동자들이 느끼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올해로 개소 15주년을 맞은 외국인종합안내센터(1345콜센터)가 영어·중국어 등 20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상담원 수가 많지 않아 실제 상담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올해 기준 외국인종합안내센터의 상담원은 총 108명이다. 2017년 218만 498명이었던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올해 현재(7월 기준) 245만 3572명으로 6년 새 27만 3074명 증가하는 사이 외국인종합안내센터 상담원 수는 단 4명 느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