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유 및 석유 유통 업계에 “과도한 기름값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재차 당부한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최근 유가 급등이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가 급등세에 10월 말로 끝나는 유류세 인하 조치는 추가 연장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천영길 에너지정책실장은 14일 추석 명절 유가 안정을 위한 석유시장점검회의를 주재한다. 물밑에서 실시간 석유 시장 동향을 들여다보던 산업부가 대형 주유소 임직원을 공개 소집하는 것은 지난달 18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소집권자도 당시 유법민 자원산업정책국장에서 천 실장으로 한 단계 높였다. 업계에 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는 고유가 시기에 국민적 고통 분담 차원에서 “국제유가 상승분을 초과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며 고삐를 조일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농협경제지주·도로공사 등 알뜰주유소 운영사에는 “가격 안정화를 위해 더 선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정부의 당부가 얼마나 먹혀드느냐다. 서울 중구·종로구·용산구 등의 일부 수도권 주유소는 이미 일반 휘발유를 ℓ당 2000원대에 팔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공식적으로 시장 개입에 선을 긋고 있어 이번 업계 간담회를 통한 당부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유가의 우상향 추세가 지속되면서 10월 말까지 연장된 유류세 인하 조치는 추가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서민 경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감세 폭을 줄이거나 인하를 중단하겠다는 말을 꺼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 16일 유류세 인하 연장 입장을 밝히면서 “10월 말 이후에는 국제유가 동향 등을 살펴보고 그때 추가로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1월 20% 감세로 시작된 유류세 인하 조치는 네 차례 연장됐다. 감세 폭은 지난해 7~12월 한때 37%에 이르렀다가 올 들어 25%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