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돈 벌러 한국에 왔다고 하면 집 구하기 어려워요.”
이달 2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인도인 부부 심피 산얄(36) 씨와 라마찬드란 쎌리아(34) 씨는 “대학 재학증명서, 회사 명함이나 한국인의 보증이 없으면 집을 빌리기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 부부는 유학을 위해 국내에 입국해 이미 각 5년·6년째 한국살이를 하고 있는 ‘대한외국인’이다. 2018년부터 성균관대에서 전기전자공학 박사과정을 밟은 산얄 씨는 대학원 졸업 전 취직에 성공해 수원의 한 제조 업체에서 기술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남편인 쎌리아 씨는 강원대 식품생명공학과 농업생명과학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본인들의 이른 취직이 매우 운이 좋은 경우라고 밝힌 이들은 인터뷰 내내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좋은 이유로 ‘안전’을 꼽으며 한국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외국 생활의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들이 겪은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주거지를 구하는 것이었다. 오랜 기숙사 생활 끝에 자취를 시작한 쎌리아 씨는 처음 집을 보러 다니던 때를 회상하며 “집을 내놓은 집주인들이 반가운 마음으로 부동산에서 전화를 받았지만 세입자가 외국인이라는 말을 듣고는 거절한 적이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결국 이들 부부는 집을 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신분을 밝혀야 했다. 각각 강원대와 성균관대 대학원을 다니던 이들은 학생증을 보여주며 집주인들을 안심시켰다고 전했다. 산얄 씨는 “우리는 공부를 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어졌을 수도 있다”면서도 “일자리를 구하러 온 일반 인도인이었다면 집주인이 두려움을 쉽게 떨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적·직업 등 개인적 배경이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한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생활에 정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학업을 마치고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선택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생각이다.
산얄 씨는 “학업을 마친 후 그들의 나라나 제3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면서 “한국인들과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인데 사실상 유학생들이 따내야 하는 한국어 토픽 레벨1은 너무 쉬운 수준이라 실생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편이어서 한국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들이 유학생들을 위한 직업 상담이나 채용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는 문제도 있다”며 “만약 대학들이 도와준다면 한국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더 나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