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대표적 애플 수혜주로 꼽히는 LG이노텍(011070)과 LG디스플레이(034220), SK하이닉스(000660) 등이 신형 아이폰15 출시를 코 앞에 두고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아이폰15’ 금지령에 화웨이의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가 아이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을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해져 외국인과 기관 모두 관련 종목에 매도세를 보이는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주가는 5일보다 각각 8.64%, 5.68%, 2.93% 떨어졌다.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는 이날 1.64%, 0.31%, 1.93%씩 반등했지만 그간의 하락폭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LG이노텍은 8일 23만 9000원까지 내려가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투자자별로는 외국인과 기관이 LG디스플레이에 대해 4일 연속 하루도 쉬지 않고 ‘팔자’에 나섰다. 외국인은 6~11일 SK하이닉스와 LG이노텍에 대해서도 1602억 원, 243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들은 모두 미국 애플의 아이폰 공급망에 엮인 기업이다.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을,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등을 각각 공급한다. 이들 대기업뿐 아니라 아이폰 관련주로 함께 묶인 OLED 소재 업체인 덕산네오룩스(213420)와 이녹스첨단소재(272290) 등도 11일까지 최근 나흘간 내리 추락하며 총 8.22%, 9.55%씩 내렸다. 연성회로기판(FPCB) 제조사인 비에이치(090460)도 6~11일 8.91% 급락했다.
애플 관련주가 최근 일제히 부진을 겪는 것은 12일(현지시간) 출시를 앞둔 아이폰15에 대해 중국이 사실상 사용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이달 6~7일 연달아 중국 당국이 최근 중앙 정부 공무원들에게 업무용 기기로 아이폰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애플 매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가 중국 반도체 기업 SMIC가 독자 개발한 7나노미터(㎚) 공정 반도체 ‘기린9000’ 칩을 탑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애플 관련주의 하락폭은 한층 커졌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기술이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살아 남았다는 강한 신호였던 까닭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에는 메이트 60 프로 안에서 자사 D램·낸드플래시가 발견됐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더 크게 주저앉았다. 지난 10일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해 아이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5% 안팎 줄어든 2억 2000만∼2억 2500만 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아이폰15가 본격적으로 판매되지도 않은 시점에 주가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조치가 민간 소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가 관건”이라며 “해당 우려가 LG이노텍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