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를 뜨겁게 달궜던 국제아트페어 프리즈·키아프 서울이 10일 키아프 폐막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이번 행사에선 미술 체험을 마케팅으로 활용하기 위한 유통업계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신세계백화점이 프리즈 공식 후원사로 참여했고, W컨셉도 국내 패션 플랫폼 중 유일하게 후원사로 참여해 부스를 열었다. 노티드 도넛·오설록 등도 팝업 스토어를 열고 국내외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11일 주최 측에 따르면 지난 9일 폐막한 프리즈 서울에는 나흘간 8만 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규모다. 프리즈와 키아프 서울이 처음으로 함께 열렸던 지난해보다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큰 손’들이 다녀가며 수억 원을 호가하는 미술 작품 거래가 이뤄졌다. 프리즈에 실적을 공개한 갤러리에 따르면 타데우스 로팍이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그림을 120만 달러(약 16억 원)에, 스푸르스 마거스가 로즈마리 트로켈의 ‘더 블루스’를 130만 유로(약 18억 원)에 판매했다.
이에 유통업계도 아트슈머(예술 작품 소비를 통해 문화적 만족감을 충족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전시회 내 부스 마련에 나섰다. W컨셉은 국내외 아티스트 3인과 협업해 전시 공간 라운지인 ‘더 컬렉션’을 준비했다. 김민영 W컨셉 마케팅담당은 “아트 마케팅의 일환으로 프리즈 서울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게 됐다”며 “아트에 관심이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패션과 아트를 연계한 전시와 체험 행사를 진행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운지 콘셉트는 ‘패션과 예술을 한데 모은 옷장’으로, 개인 공간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의 즐거움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했다고 W컨셉은 설명했다. 라운지 한 중간에는 팝아티스트 임지빈 작가와 협업한 초대형 ‘베어 벌룬(풍선곰)’을 배치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게 했다. 베어 벌룬 양쪽으로는 성지연 사진 작가의 전시와 글로벌 아티스트 조슈아 비데스의 블랙 드로잉 작품을 준비했다. 각 공간에서는 예술과 패션을 연계해 대표 브랜드 ‘프론트로우’ ‘frrw’ 등의 FW(가을·겨울) 신상품도 선보였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나만의 그림 엽서를 즉석에서 만들 수 있는 공간도 준비했는데, 체험을 위한 줄이 길게 늘어지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도 ‘한국의 미’를 주제로 라운지를 설치했다. 신세계 한식연구소 셰프들이 엄선한 다과와 샴페인·전통차·커피 등을 마련했다. 정창섭·정상화·이정진 등 작가의 작품을 전시했고 신세계 주얼리 브랜드인 ‘아디르’ 제품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백화점 VIP로 라운지 입장 고객을 제한했는데, 행사 당일 오후 4시 입장 인원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는 뜨거웠다고 백화점 측은 전했다.
이번 첫해의 열광적인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한국 미술 시장에 대한 해외 갤러리들의 긍정적으로 평가가 이어졌다. 가고시안 갤러리의 닉 시무노비치 아시아 시니어 디렉터는 "한국 컬렉터들의 식견이 대단히 높다"면서 "한국 미술계는 분명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서울 전체에서 엄청난 성원과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면서 “이 관심들이 참여 갤러리의 성공으로 이어져 주요 해외 갤러리는 물론 새롭게 참여한 갤러리들의 매출 달성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국내 갤러리 중에는 국제갤러리가 박서보 작품을 49만~55만 달러(약 6억 5000만~7억 8000만원)에 판매한 것을 비롯해 하종현, 함경아, 이광호 등 한국 작가 작품을 여럿 판매했다.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 참여한 갤러리 현대는 이성자의 작품 2점을 40만~45만 달러대에 판매했고 학고재 갤러리도 변월룡과 하인두의 작품을 각각 1억 원에 판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