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수단 전락" 비판에…기로에선 '교원평가제'

이주호 "교사들에 상처…1년 유예 검토"
서술형문항·폐지 가능성도 열어둬
유예 아닌 즉각 폐지 목소리 여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교권 보호 4대 법안(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입법을 촉구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교육 당국이 평가 과정에서 성희롱 등 교사에 대한 악의적인 문구가 담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교원능력개발평가를 1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악의적 평가를 못 하도록 서술형 문항을 없애는 방안과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하기로 했다. 서이초 교사의 사망 이후 교권 보호 목소리가 커지면서 교원 평가가 교권 침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교사들의 목소리에 당국이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는 모양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권 보호 4대 입법 촉구’ 브리핑에서 “올해 교사분들의 마음의 상처가 워낙 깊었다”며 “교원 평가를 1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번 달 시행 예정인 교원 평가부터 유예될 가능성이 크다. 이 장관은 “이번 주 교사들과 만나 교원 평가 위주로 논의를 할 예정”이라면서 “교사들과 대화를 나눈 후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자유 서술식 문항 폐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지만 “문제점이 있는 만큼 개선 의지를 갖고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원 평가 제도 폐지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교육부의 기존 입장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교육부는 6월 특수 기호가 혼합된 금칙어도 걸러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내용이 담긴 교원 평가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교육부는 학생·학부모의 존치 의견이 적지 않다면서 교원 평가 폐지나 자유 서술식 문항 폐지 여부에는 선을 그었다.


정부의 엄벌 방침에도 9·4 ‘공교육 멈춤의 날’에 연가·병가를 내 참여하는 등 교사들의 교권 보호 요구 목소리가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 교육부가 교권 평가 재설계와 같은 교권 보호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열린 마음으로 교사들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보고 대통령님의 말씀대로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깊이 새기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폐지 목소리도 여전하다. 평가가 교사 만족도 조사로 변질됐고 평가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교사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세종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원 평가를 통해 교사에게 주요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문구를 써 논란이 됐다.


이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사 650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교원 평가 자유 서술식 문항을 통해 30.8%가 성희롱 등 직접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원 전문성 향상이라는 취지로 법률적 근거도 없이 시행됐지만 정작 교원의 전문성은 높이지 못하고 교사들에게 자괴감만 주고 있다”며 “교원 평가를 만든 당사자로서 교육부는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전향적 재설계가 아닌 교원 평가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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