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과 애플이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칩 공급 계약을 3년 연장했다. 애플은 모바일AP는 자체 설계하지만 이동통신 핵심 부품인 모뎀은 퀄컴 제품을 쓰고 있다. 연 10조 원에 달하는 모뎀 공급 계약이 연장되며 ‘화웨이 7나노 쇼크’로 급락했던 퀄컴 주가는 4%가량 상승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11(현지 시간) 퀄컴은 애플과의 5G 모뎀 공급 계약을 2026년까지 연장했다고 밝혔다. 양사 기존 계약은 올해 만기를 앞두고 있어, 애플이 12일 공개할 아이폰15 시리즈가 마지막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었다. 계약 연장 소식에 전날 뉴욕 증시에서 퀄컴 주가는 3.9% 올랐다. 화웨이의 7나노 모바일AP 자체 개발 소식에 급락했던 주가가 반등한 것이다.
퀄컴은 모바일AP와 이동통신 모뎀 시장 지배자다. 모바일AP가 스마트폰 ‘두뇌’라면 모뎀은 아날로그 통신 전파를 음성과 데이터로 전환하는 휴대전화의 ‘통신’ 기능을 담당한다. 애플은 A 시리즈 모바일AP를 자체 설계하지만, 모뎀 기술이 없어 퀄컴의 힘을 빌리고 있었다. 지난해 기준 퀄컴이 애플에 납품한 모뎀 매출은 72억6000만 달러(약 9조6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 전체 매출의 16%에 달하는 수치다.
애플에 납품하는 모뎀 매출이 크다고 퀄컴이 ‘을’인 것은 아니다. 퀄컴은 모뎀 시장 지배자로 애플의 ‘갑’으로 군림해왔다. 모뎀은 모바일AP보다 개발 난이도가 높다. 5G 모뎀을 상용화한 업체는 미국 퀄컴과 삼성전자, 대만 미디어텍 등에 불과하다. 과거 애플은 모뎀 로열티가 과도하다며 퀄컴에 소송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애플은 내년까지 자체 5G 모뎀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사의 새 계약 내용도 퀄컴에게 유리하던 과거 계약과 유사하다”며 “독자 기술로 칩 공급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왔던 애플의 노력이 5G 모뎀에서는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