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세 번째 중입자치료센터 설립 불발…제주대병원 "사정상 사업 수행 어려워"

제주대병원, 도시바와 체결한 중입자선 암치료센터 구축 MOU 유효기간 만료
연세암병원, 올 4월부터 국내 첫 중입자치료센터 개소…서울대병원, 2027년 치료 목표

제주대병원은 작년 7월 일본 도시바 에너지시스템즈&솔루션즈와 중입자선 가속기 설비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 제공=제주대병원


제주도에 들어서려던 중입자치료센터 설립 계획이 1년여 만에 차질을 빚게 됐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제주대병원이 작년 7월 일본 도시바 에너지시스템즈&솔루션즈 및 중입자치료지원센터 코리아, CGS-CIMB그룹 CCGI 아시아 투자사와 체결했던 중입자선 가속기 설비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의 효력이 지난 7월 30일자로 만료됐다. 기한 내 계약체결이 성사되지 않은 데다 자금 등의 여건상 실질적인 사업 수행이 어렵겠다는 내부 판단 아래 중입자치료 관련 사업 자체를 접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사업 진행을 위한 계약 갱신 여부를 검토했으나 병원의 상황을 고려할 때 사업 수행에 어려움이 있어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현재로선 중입자치료센터 건립을 재추진할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당초 제주대병원이 건립을 추진한 중입자치료센터는 38만 평 부지에 총 5000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단순히 병원 내 중입자치료설비를 갖추는 대신, 암환자와 보호자가 장기간 머물며 쉴 수 있는 메디컬리조트를 완공해 2026년부터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중입자치료는 X선이나 감마선을 이용하는 기존 방사선치료와 달리, 입자가 무거운 탄소원자를 가속기(싱크트론)로 빛의 70% 속도까지 가속시켜 암세포에 조사하는 치료법이다. 빔이 인체를 통과할 때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암조직을 지나치는 순간 에너지 전달이 절정에 이르렀다가 소멸되는 ‘브래그 피그(Bragg Peak)’ 원리를 이용한다. 생물학적 효과가 X선보다 2~3배 우수한 데도 암세포 이외 다른 정상 조직에 대한 영향은 적어 ‘꿈의 암치료 기술’로 불린다.


다만 치료장비와 설비를 갖추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고, 치료 난이도가 높다보니 전 세계적으로도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10곳 정도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수 억원을 들여 일본, 독일 등으로 해외 원정 치료를 떠나는 난치암 환자들이 많았는데, 연세암병원이 올해 4월 중입자치료센터를 개소하면서 국내에서도 중입자치료가 가능해졌다. 지난해 100주년을 맞은 연세의료원은 국내 첫 중입자치료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공을 들였다. 일본 도시바, DK메디칼솔루션과 계약을 통해 최신 중입자가속기 3대를 도입하고 센터를 구축하는 데 약 30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했다. 연세의료원 역시 연면적 약 3만3000㎡(약 9982평)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7층 규모의 중입자치료센터를 건립하고 고정형과 회전형 중입자가속기 총 3대를 도입하는 데 3000억 원 상당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대병원이 사업 중단을 선언하면서 현재 중입자가속기 도입을 확정한 국내 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유일하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부산시 기장군 중입자가속기 구축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되며 2027년 치료 시작을 목표로 센터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2027년 청라의료복합타운에 조성되는 서울아산청라병원(가칭) 또는 서울 송파구 본원 중 한 곳에 중입자가속기를 도입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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