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처 만들고 덧내고…보험모집인과 짜고 허위진료비 청구

[진화하는 불법 '사무장 병원']
'가짜의사'가 가운 입고 진료·시술
보험모집인이 직접 환자로 입원해
상처 키우고 만들어 보험금 청구
불법개설기관 환수결정액 3조 ↑



보험모집인들과 짜고 부당 의료보험 청구금 수억 원을 편취한 ‘가짜 의사’가 고발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실손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작은 상처를 키운 것은 물론 없는 상처까지 만들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비의료인이 의사 명의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던 일명 ‘사무장 병원’이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익 신고자 A 씨는 대구에 위치한 피부과 의료기관 부원장인 손 모(46) 씨를 사기·의료법위반·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 혐의로 대구남부경찰서에 고발했다.


손 씨는 의사 면허가 없는 비의료인임에도 불구하고 의사 가운을 입고 환자를 진료·시술하는 등 사무장 병원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사무장 병원은 비의료인이 개설한 병원을 뜻하는 말로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만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실제 해당 의료기관의 대표는 의사 면허를 가진 김 모(75) 씨이지만 직접 진료나 시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료기관은 피부과 진료뿐 아니라 피부 미용 프로그램도 운영했는데 다른 피부과 의원들이 일반적으로 갖추고 있는 인적·물적 설비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장에 따르면 손 씨는 내원하는 보험모집인과 결탁해 사실상 ‘리베이트’ 형식의 거래를 벌였다. 해당 의료기관에 내원하는 환자 대부분은 보험모집인이었는데 이들은 경미한 증상을 보이거나 정상적인 피부임에도 실손보험금을 노리고 허위로 치료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일련의 과정은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손 씨는 보험모집인인 환자들과 결탁해 실손보험 특약 한도를 파악했다. 한도는 200만~400만 원이 일반적이었는데 손 씨는 금액에 맞춰 치료 행위를 선택하고 허위로 시술했다. 경미한 무좀 환자의 경우 진료실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기존의 무좀 부위를 고의로 더 키웠으며 정상 환자의 경우에도 레이저로 복부나 허벅지·발목 부위에 상처를 만든 뒤 정상 치료한 것처럼 꾸며냈다. 손 씨는 이 과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환자와 상담하고 시술하는 과정에 간호조무사 등이 보조하거나 참관하는 것을 극도로 기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원 환자가 신용카드로 치료비 전액을 결제하면 손 씨는 현장에서 현금을 주거나 계좌 이체를 하는 방식으로 환자에게 치료비 50%를 지급했다. 영수증은 치료비를 환자가 전액 결제한 것처럼 꾸며 실손보험금을 타냈다는 설명이다. 환자와 일면식이 있는 경우에는 결제를 병원에서 대신하고 들어오는 보험금의 절반을 이후 손 씨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손 씨가 벌어들인 돈은 한 달에 1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강봉성 법률사무소 보정 대표변호사는 “불법적 행위를 통해 수백만 원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주변 보험모집인들 사이에 퍼져 사람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매월 수십 번의 허위 시술을 함으로써 손 씨는 상당한 이익을 본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 씨는 수년간 유사 행위를 벌인 것으로 보이며 한 장소에서 단기간만 운영하고 이동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건강관리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사무장 병원을 포함한 불법 개설 기관으로 환수가 결정된 금액은 3조 367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제로 건보공단이 징수한 금액은 2100억 원에 그쳤다. 불법 개설 기관 의료기관은 의원이 657곳으로 가장 많았고 요양병원이 309곳, 한의원이 232곳으로 뒤를 이었다. 아울러 2014년부터 올해까지 사무장 병원 등에 가담해 면허 취소 등 처분을 받은 의사·한의사 등은 400명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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