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증거 하나도 제시 못해…왜 불렀는지 모르겠다"

■李 '대북송금 의혹' 재출석
檢 1시간 50분만에 조사 종료
이르면 이번주 영장 청구할듯
李 단식 강행 속…野 "중단 건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단식 13일째를 맞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북한에 방문해서 사진 한 장 찍어보겠다고 생면부지 얼굴도 모르는 조폭, 불법 사채업자 출신의 부패 기업가한테 100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북한에 대신 내주라고 하는 중대 범죄를 저지를 만큼 제가 어리석지 않다”고 말하며 본인의 혐의에 대해 강력 부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21분께 회색 정장 차림에 파란색 운동화를 신고 수원지검에 나타났다. 오랜 단식으로 1차 조사(9일)에 비해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차분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검찰이) 오늘은 대북 송금에 제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지 한 번 보겠다”면서 “(검찰은) 2년 동안 변호사비 대납과 방북비 대납 등 주제를 바꿔가며 수백 번 압수 수색하고 수백 명을 조사했지만 증거라고는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 그 이유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를 아무리 불러서 범죄자인 것처럼 만들어보려 해도 없는 사실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조사는 1차 조사와 마찬가지로 송민경(43·사법연수원 37기) 부부장검사와 박상용(42·38기) 검사가 맡았다.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의료진과 구급차도 배치됐다. 수원지검 측은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주요 혐의에 대한 핵심적인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최대한 신속히 집중 조사해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1시간 50여 분 만에 종료됐으며 이후 약 2시간 가량 조서 검토 작업이 이뤄졌다.


이 대표는 조사를 마친 뒤 수원지검을 나오면서 “(검찰이) 오늘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 역시 증거란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고 ‘경기도가 대북 인도적 사업을 추진한 것은 사실이 아니냐’ 이런 질문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끝으로 이 대표에 대한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백현동 인허가 특혜 의혹과 함께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시각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를 재소환한 검찰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단식 중인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잇단 검찰의 소환 조사는 일찍이 보지 못했던 일”이라며 “혐의 여부를 떠나 검찰의 이런 행태에 많은 국민이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정식 사무총장도 “과거 여당은 야당 대표가 단식하면 걱정하는 척이라도 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조롱과 비난으로 도배질하고 있다”고 격노했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건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일부 의원들은 이번 검찰 조사 직후 이 대표를 곧장 병원으로 후송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이 대표는 국회 농성장으로 복귀하며 단식 강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광온(앞줄 가운데)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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