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신사옥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본사와 떨어져 있는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사옥으로 합쳐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임대 수익 및 담보 대출을 활용한 운용 자금까지 수혈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650억원을 투입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신사옥을 매입했다. 에이비엘바이오 본사는 현재 경기 성남 판교에 위치해 있다. R&D 역량을 높이기 위해 연구소, 업무 공간을 신사옥으로 합치고 중장기 성장기반을 마련하자는 차원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신사옥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R&D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공간과 시설을 갖추게 됐다”며 “신사옥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새 업무 공간은 소통을 증진시키고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매입한 건물은 지하 4층, 지상 12층, 연면적 62만 2165㎡ 규모다. 메테우스자산운용이 2019년 마인드브릿지 등 의류 브랜드를 보유한 티비에이치글로벌로부터 430억 원에 인수한 건물이다. 불과 3년 사이 건물 자산 가치가 51%(220억 원) 올랐다. 삼성동 일대 개발 호재와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강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기업이 신사옥 등 부동산에 투자하는 이유는 재무 안정화와 더불어 운영비 절감, 인재 확보, 임대 수익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마크로젠은 2019년 강남 역삼동에 500억 원을 투자해 사옥을 매입했다. 올 상반기에만 약 7억 원 이상 임대수익 확보했다. 또 사옥을 담보로 약 35억 원 운영자금, 시설자금 대출받고 있다.
박셀바이오(323990)와 제넥신(095700)도 신사옥 건설을 위해 유상 증자 등을 추진 중이다. 박셀바이오는 전남 화순 생물의약산업단지에 연구시설을 포함한 신사옥을 건설하기 위해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1000억 원 중 41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제넥신은 올해 7월 294억 원 규모의 컨소시엄 R&D센터 신규 시설 투자를 발표했다. 2022년 신사옥 완공 후 1년여만에 유휴 부지를 활용해 제 2신사옥을 건설할 계획이다. 휴마시스(205470)는 지난해 10월 경기 안양 평촌에 490억 원을 들여 신사옥을 마련했다. 제테마(216080)는 같은해 4월 경기 성남 판교에 820억 원을 투자해 신사옥과 연구소 확보에 나섰다.
다만 바이오 산업의 국가전략기술 격상에도 건물과 토지는 아직 세액투자 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합리적인 부동산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자체 사옥을 보유하는 것은 안정적인 자산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 이라며 “다만 (본업인) R&D 투자가 부족하고 임상 성과를 내지 못하는데 부동산 투자만 치중할 경우 시장이 외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