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채 201조 한전, 요르단 발전소 2곳 매각

매각 자문사 삼정KPMG 선정
가스복합·풍력발전 지분 매각
대규모 손실 따른 자구책 일환
사모펀드 등 지분 인수 가능
세부 발전소도 연내 매각 추진

한국전력의 요르단 알카트라나 가스복합발전소 전경. 사진 제공=한국전력

국제유가 상승과 전력 도매가격 급등에 천문학적인 손실을 내고 있는 한국전력(015760)이 요르단 발전소 지분 매각에 나섰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요르단 알카트라나 가스복합발전소와 푸제이즈 풍력발전소 지분 매각 주관사로 지난달 삼정KPMG를 선정했다. 삼정은 이달부터 실사에 돌입했으며 현재 자산 가치 평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사가 끝나는 대로 원매자 측에 투자제안서를 발송한 뒤 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알카트라나 지분 29~45%, 푸제이즈 지분 40%다. 알카트라나는 2012년 준공된 373㎿(메가와트) 규모의 가스복합시설로 한전이 약 1134억 원을 투입해 지분 80%를 갖고 있다. 푸제이즈는 2019년 가동을 시작한 89.1㎿급 풍력발전소로 약 877억 원을 투자한 한전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르단 내 경영 환경 등을 고려해 한전이 경영권은 보유하고 일부 지분만 파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사모펀드 같은 재무적투자자(FI)에 투자 기회가 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알카트라나와 푸제이즈는 올 상반기 각각 96억 원, 82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업계에서는 풍력발전소인 푸제이즈가 탄소배출권 확보에 유리해 알카트라나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필리핀 세부 화력발전소 매각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세부 발전소는 최근 입찰을 재개했고 연내에 매각이 마무리될 것”이라며 “해외 자산 매각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전했다.


한전이 해외 발전소를 비롯한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은 재무 상태가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한전은 5월 자구책의 일환으로 2026년까지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을 통해 총 25조 7000억 원의 현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25조 297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6조 4193억 원, 내년 1773억 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6월 말 연결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 4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돌파했다.


국내 핵심 자산 처분이 쉽지 않은 것도 한몫한다. 한전 여의도 남서울지역본부 등은 변전소 이전 문제가 얽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전 내부에서는 해외에서 먼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의 압력은 커지고 있다. 올해 부채가 205조 8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한 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만 4조 3992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에 이날 한전 주가는 전날 대비 1.86% 급락한 주당 1만 790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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